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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소아과 의사 데이비드 벡은 8년 전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베스를 잃었다. 당시 머리에 입은 부상과 마음에 남은 깊은 상처로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벡에게 어느 날 의문의 메일이 도착한다. 발신자가 불분명한 메일은 오직 아내와 둘이서만 공유했던 비밀 단어들로 쓰여 있고, 약속된 시간에 맞춰 클릭한 링크에서는 그리운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스트리밍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휩싸인 벡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는 메일 속 경고에도 누나의 파트너인 쇼나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데 쇼나는 영상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때마침 8년 전 사건 장소에서 시신 2구와 범행 도구인 야구방망이가 발견되고, 경찰과 FBI는 이미 체포되어 복역 중인 연쇄 살인범 대신 벡의 범행을 의심한다.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스릴러 50선에서 발견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의 작품 중 이 작품이 선정된 이유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의 명성대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초반에는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가는 벡의 답답한 상황에 몰입했고, 중반 이후부터는 끝없이 위협받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행복이 과연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타이리스가 플로리다로 내려갔는지, 티제이와 라티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쇼나와 린다는 재결합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어린 아들, 마크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니까.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中 p.428
결말에서 주인공 벡 외에 사건에 얽힌 다른 사람들의 안위와 후일담은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위의 문구를 발견했을 때 마치 작가가 내 속마음을 읽고 있는 거 같아서 움찔하고, 설마 정말 얘기 안 해 주는 건가 반신반의했는데 진짜 주인공 커플 외의 다른 사람들의 엔딩은 없었다.
아들 티제이의 병을 제대로 진단한 벡을 은인처럼 여기는 마약상 타이리스, 사랑으로 가정을 꾸리고 함께 아이를 키우지만 권태와 평온, 그 사이 어디쯤에서 위태로워 보이는 쇼나와 린다 등... 8년 전 사건의 주범들이 워낙 크고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고 엘리자베스가 없어진 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족들 모두를 도청하고 감시할 정도로 치밀한 데다가 엄청난 능력치의 해결사 에릭 우까지 한패라 결말까지 벡과 관계된 모두가 괜찮을 수 있을지, 그들의 행복을 놓치지 않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얄궂은 작가는 안 알려주겠단다.
억만장자 그리핀 스코프의 거대한 그늘에는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호이트, 그리고 벡의 아버지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니 베테랑 형사인 아버지, FBI인 삼촌을 두고도 엘리자베스의 사건이 꼬일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이 사단의 출발 같은 벡의 아버지, 스티븐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던 호이트가 문제를 해결하고 사위인 벡의 어두운 비밀까지 짊어진 건 어쩌면 '결자해지'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난 벡이 계속 괜찮았으면 좋겠다. 몰랐던 장인과 아버지의 실체를 알았으니 브랜던의 죽음에 대한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싶다. 어쨌거나 그 일은 자신과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최선이었으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