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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자국 ㅣ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원하던 책이 서점에 없어서 고르게 된 『이빨 자국』. 영국의 범죄소설 전체 중 10% 비중으로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라는 존 리버스 시리즈 중 한 편이다. 전에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했다.
런던에서 연쇄적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시체에 남기는 이빨 자국 때문에 언론에서는 살인범을 '울프맨'이라고 부르고, 이전에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적 있는 스코틀랜드의 존 리버스 경위는 런던 경찰국의 요청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런던 형사들의 텃세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는 수사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심리학 박사 리사를 만나게 된다. 리사와 함께 범인을 자극하며 수사를 진행하다 오히려 위험을 자초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여기에 딸의 남자친구 케니의 실종 문제까지 얽혀 존은 낯선 런던에서 폭행까지 당하게 되는데...

리버스는 런던에 과연 질 낮은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가 런던에서 소개받은 사람들은 모두 각자 분야에서 권위자로 통했다. '정상급' 병리학자, '최고의' 검사, '정예' 과학수사팀, '우수한' 경찰 잠수부들. 그는 도시 전체가 거만하게 느껴졌다.
- 『이빨 자국』 中 p.119
존이 런던에서 소개받은 사람들 앞에는 각종 미사여구가 붙었다. 그가 그런 꾸밈말들이 그 사람들에게 제대로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런던 전체를 거만하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뭐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러운데 본인들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전문가로 칭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라니... 뭘 믿고 이런 말로 본인들을 포장하는지가 정말 궁금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런던에 저런 사람들이 즐비한데 뭐 하러 스코틀랜드의 경위에게 협조를 요청했을까 싶었던 게 존의 속마음이었을 거다.
존이 런던에서 만난 이들 중 호의적인 사람은 존의 협조를 요청한 플라이트 경위다. 물론 존은 호의를 바라는 사람도, 바라지 않았던 호의를 반기는 사람도 아닌 거 같다. 그래도 플라이트 경위의 적재적소의 호의는 존이 공적인 사건과 사적인 사건, 모두를 해결하는 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었다.
이야기는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방인 경위 존과 딸로 인해 사건과 연관된 인물의 조카와 얽히게 되는 아버지 존의 고단함을 담고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존 리버스 시리즈 중 유일하게 스코틀랜드를 벗어난 작품이라고 한다. 런던은 존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낯선 도시이자, 존의 전처와 딸이 이주하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같이 일하게 된 형사들은 존의 말투와 방언을 신기해하고 존도 런던의 낯선 단어들에 적응해야 하는, 이런 곳에서 연쇄살인범과 맞서게 만들어 캐릭터의 다른 모습을 끌어내려는 게 작가의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어서 읽었던 잭 리처 시리즈랑 사뭇 다른 느낌이었던 건 단순히 배경이 영국, 미국으로 다르다는 차이에서 오는 건 아니었던 거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존 리버스 시리즈가 그간 읽었던 영국 장르 소설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흥미진진하지만 뭔가 더 진이 빠지고 왠지 읽는 데 더 오래 걸리는... 같은 영국 작가의 같은 장르의 소설, 같은 베스트셀러지만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