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해서 들고 온 『숨겨진 건 죽음』. 읽으면서 이건 논픽션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건 저자인 앤서니 호로위츠가 실명으로 등장하는 데다 실제 그의 필모와 그의 활동이 맞물려서 작품에 계속 언급되기 때문이었다.


소설, 드라마 대본 등을 집필하며 잘나가는 작가로서 성공한 시리즈들의 충성스러운 팬들도 가지고 있는 호로위츠는 전직 형사이자 탐정인 대니얼 호손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사건을 작품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출판사와의 계약 때문에 꼼짝없이 3개의 사건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명한 이혼 전문 변호사가 살해되는 일이 벌어지고 호손이 드라마 촬영 현장에 나타나면서 두 사람이 같이하는 두 번째 사건이 시작된다. 호손보다 먼저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욕망과 호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라는 그룬쇼 경위의 협박에 시달리던 호로위츠는 드라마 촬영 허가가 취소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크게 위축된다. 변호사를 죽인 건 누구인가? 그리고 현장에 쓰인 '182'라는 숫자의 의미는 무엇인가?


호로위츠는 본인을 살짝은 신경증적이고 연약한 작가로 그리면서 거칠고 괴팍한 호손, 무능력하면서 비열하기도 한 경찰, 양쪽으로 시달리는 상황을 만드는 게 즐거웠나 보다. 아니면 진짜 그런 상황에 놓일 때가 있을지도... 호손과 경찰, 그 누구보다 먼저 사건을 해결해서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호로위츠는 본인의 소망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호손의 손바닥 안에서 놀 수밖에 없었고,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 아버지와 아들, 대를 이어 비극에 휘말리게 된 가족 때문에 마음은 무거워진다. 

어머니께서는 자주 '착한 끝은 있다'는 말씀을 하신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별로 신용하는 말은 아닌데 최근에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을 보며 어쩌면 어머니가 말씀하신 '착한 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같은 원리로 그럼 '나쁜 끝'은 있는가?

죽은 친구의 가족을 전적으로 책임질 만큼 사람 좋고, 자기 일에는 정직하고 프로페셔널하기 이를 데 없는 변호사 리처드는 한 꺼풀만 벗겨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의 죽음이 그가 맞이해야 할 '나쁜 끝'이었다고 치면, 그를 살해한 범인의 끝은 왜 이런 결말이어야 했을까? 범인에게도 독자는 모를 이런 '나쁜 끝'을 맞을 이유가 있었을까?

리처드 때문에 두 친구의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앞으로 겪어야 할 괴로움은 무슨 '끝'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마지막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호로위츠가 쓴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 작가의 책을 이렇게 자꾸 보게 될지는 몰랐는데 작가 자체가 좀 웃기는, 재미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국의 추리 소설 작가들의 유산을 마음껏 가지고 노는 재능도 남다른 거 같고... 앞으로의 작품 안에서는 그런 흔적을 완전히 지워낸 걸 보고 싶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