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케이트 가비노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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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랄 맞은 신세한탄이 없다면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中 p.63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는 취준생이었던 니나, 실비아, 시린의 고군분투 직장생활을 담고 있다. 그들의 아래층에 살고 있는 베로니카는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지만, 지금은 작품 대부분이 절판되고 잊힌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연히 베로니카와 얽히게 된 세 친구는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의 고단함을 '지랄맞은' 신세한탄으로 풀어낸다.



책을 좋아해서 책과 관련된 직업을 구하려고 노력하던 니나, 실비아, 시린은 순차적으로 규모와 연봉의 차이는 있으나 출판사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된다. 일에 열정적인 니나는 출판사에서의 업무뿐 아니라 베로니카의 작품들을 재출간하는 일에도 열성이지만, 결혼에 관심 없다는 이유로 오랜 남자친구 타이시의 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않다. 어마어마한 유산을 가지고 풍족한 환경에서 독립 출판을 하는 데브와 일하게 된 실비아는 작가로 작품을 쓰는데 집중하고 싶은 마음과 팀장으로 새로 고용된 이브와의 삐걱거림으로 결국 이직을 하며 새로운 꿈을 꾼다. 시린은 일 자체에 감흥이 없고 그런 마음을 털어놓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데 회사 사정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해고되어 다양한 일자리 제안을 받게 된다.

각자의 일, 그리고 관계에서 어려움과 힘듦을 크게 느낄 때면 세 사람 모두 베로니카를 찾아간다. 92세의 베로니카는 요양원에서 회복하는 중에도 나름의 응원으로 세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 숨 쉴 구멍이 되어 준다.

'부커상 수상자'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 때문에 약간의 오해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부커상 수상자는 누구인가'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물론 '부커상 수상자 베로니카'는 중요하다. 노년기에 접어든 베로니카는 세 친구의 어떤 고민도 심판하거나 단정 짓지 않으며 이 그래픽 노블 전반에 온기와 여유를 불어넣는다. 또 직장, 관계에서 니나, 실비아, 시린이 겪는 다양한 상황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고, 서로에게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나'에 대한 정보를 담을 그릇도 나뿐이고요. 그걸 나눠 담을 애인도 아이도 없으니. 내 작품을 재출간하겠다는 니나를 끝까지 말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지 몰라요. 

나를 위해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기도 했고요. 나를 위한 나의 선물. 어쨌든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中 p.219 


일이든 관계든 나보다 앞에 둘 수는 없다. 베로니카의 말처럼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는 늘 일, 관계에 대한 고민 많은 일상을 보내는 모두가 '나'를 진짜 사랑할 수 있도록 웃음과 응원을 보내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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