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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평점 :
타이베이 근교의 지상 45층짜리 고층 아파트 '마천대루'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예상을 벗어났다. 마천대루에 거주하거나 출근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알려주는 1부, 살인사건이 벌어진 후에 관련인들의 진술,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2부와 3부, 그리고 사건 이후 시간의 흐름대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4부의 구성 안에서 이 책을 단순하게 추리, 미스터리 등의 장르로 분류할 수는 없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독자와 남은 모든 인물들, 그리고 스토리의 지향점은 대개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는가'로 정해지며 그 궁금증 해결을 향해 질주한다. 『마천대루』를 그 기준으로 읽어내면 마지막 순간에 큰 실망을 경험할 수도 있다. 나도 3부를 읽으면서부터 나름의 예감(?)을 하며 '설마?'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래서 결말에 실망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챕터에서 느낀 건 안도감이었다. 셰바오뤄가 본인이 꿈꿨던 삶을 살고 있어서, 우밍웨가 광장공포증을 극복하기 시작해서, 메이바오의 주변인들이 슬픔에 함몰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나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바람대로 결국 이 이야기는 '죄'와 '벌', '사랑'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메이바오의 삶과 죽음에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벌을 받아야 하는가? 더불어 메이바오를 제대로 알았던 사람은 누구인가? 메이바오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굴레를 가지고 살지만, 메이바오가 지고 있는 짐은 너무 가혹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성실하고 다정하게 열심히 살았던 메이바오. 아마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그런 걸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
명백하게 밝혀진 진상 안에서 후련함을 느끼는 대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살고 싶은지에 대해 재고하며 딱한 등장인물들의 작은 전진을 응원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동명의 드라마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았다는 『마천대루』.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더 기대하면서 보게 된 거 같다. 총 16부작이라는 드라마는 어떤 결말을 보여주는지, 원작이랑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