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없는 집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1
알렉스 안도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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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은 목재 재벌 4세 페르 퀸터 모트는 가족 주주총회가 있던 날, 미리 먹은 약과 술의 효과로 기억을 잃는다. 다음 날 자신의 휴대폰에서 얼굴을 가린 죽은 듯 보이는 남자의 사진을 발견하고 경찰이 아닌 탐정 율리아를 찾아온다. 율리아는 페르 귄터가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만하임 저택으로 향하고 경찰인 전남편 시드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진 속의 남자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던 율리아는 대를 이은 가족의 비극과 비밀에 다다르게 된다.

제목 『아이가 없는 집』은 의뢰인 페르 귄터를 비롯한 사촌 형제들 모두 아이가 없다는 것에서 온 것이었다. 딱히 중요한 부분으로 느껴지지는 않아서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싶었는데 이전 세대에서 있었던 일로 이런 DNA가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는 형제들의 조소 어린 말이 힌트가 되었다.



불쌍한 시리, 아버지의 오해로 인해 입양, 평생 친오빠한테 당한 가스라이팅에 숨겨진 경악할 만한 진실이라니... 뭐가 문제였을까? 너무 많은 재산? 페르 귄터의 아버지 쉴베스테르가 모든 재산을 이어받도록 만든 증조할아버지 만하임의 잘못? 자식이 둘이 있으면 각각 공평하게 나눠주고 그다음 대에 넷이 있으면 넷이 나눌 수 있게 하고 그러면 안 되었던가? 그럴 수밖에 없는 -기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던가 등등- 이유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 비극은 결국 재산 분할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부모님의 진실을 알게 된 베르테르의 행동은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베르테르의 어머니 린네아는 기업과 재산을 물려받게 될 큰 아들이 남편 쉴베스테르처럼 될 거 같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포는 현실이 되었다. 베르테르는 형제들을 못살게 굴어 신체적, 감정적으로 상처 입히고, 진실을 알고서도 감추고 돈(주식)으로 무마하는 등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인간으로 나이 들었으니 말이다.

베르테르가 어머니의 편지(유서)를 발견했을 때, 거기에 적힌 것이 진실이라는 걸 알았을 때, 모든 것을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었다. 왜 그러지 않았을까? 이 모든 건 정말 DNA 때문인가?



저자 알렉스 안도릴은 '라르스 케플레르'라는 필명으로도 활동하는 부부 작가 알레산드라 코엘료 안도릴과 알렉산데르 안도릴의 또 다른 필명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필명으로 쓴 탐정 율리아 스타크 시리즈 첫 권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탐정 율리아가 어떤 등장인물보다 강렬하게 느껴졌다. 가족과 당한 비행기 사고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그녀는 덕분에 얼굴에 긴 흉터와 불편한 다리를 가지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손길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이 있어서 악수조차 잘 나누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닿아도 괜찮은 사람이 전남편 시드니인데 이 두 사람의 자세한 서사도 궁금해졌다.


『아이가 없는 집』은 탐정 율리아 스타크가 궁금해지는 서막으로 좋은 작품이었다. 사진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진짜 죽었는지, 사진이 어떻게 페르 귄터의 폰에 남았는지, 누가 왜 그랬는지, 모두 느긋한 듯하지만 섬세하고 예민한 율리아를 따라가다 보면 답을 찾게 되고 마지막에는 추악한 진실에 다다를 수 있다. 다만, 그 진실은 개인적으로 좀 짜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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