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시민 - 뉴스에 진심인 사람들의 소셜 큐레이션 16
강남규 외 지음 / 디플롯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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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즈음에 선물로 받았는데 여행에 들고 가서 다 읽고 왔다. 그래도 다행히 선물 받은 그 해를 넘기지는 않았다.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이 모여 나눈 토론을 담은 책이었고 생각보다 재미나게 읽었다.



…이상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선을 추구하고 악을 미워한다면 문동은의 인생은 왜 그 모양이었단 말인가? 왜 다수의 선한 사람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못하는가? 이것이 복수를 응원하기 전에 먼저 마주해야 할 질문이 아닐까.

- 『최소한의 시민』 中 p.26~27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나쁜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쁜 사람조차 자기가 한 일이 나쁘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나름의 기준으로, 혹은 좋은 사람이라는 적당한 착각으로 산다. 그래서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는 거 같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노력으로 또 완전히 나빠지지는 않는 거 같다. '다수의 선한 사람' 속에 얼마나 많은 허수가 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좁아지고, 삶이 길을 잃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이상하다'라고 느끼지만, 더 깊이 생각하려고 하지는 않는 거 같다. 세상에, 교실에 정말 선한 다수의 사람이 있었다면, 문동은은 상상 속에만 있어야 하는 캐릭터다.


다양성을 제일 인정하기 힘든 분야가 윤리인 거 같아요. 취향이나 다른 선호들은 타인의 것을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는데, 이 사람이 나랑 다른 윤리관을 가졌다 그러면 이거는 참기 힘들어지는 거죠. 어떤 사람이 다른 이의 기준에서 봤을 때 부도덕한 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자기는 그게 도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을 가까이 하기 힘들어지는 거죠. 

- 『최소한의 시민』 中 p.57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야기될 때가 있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고... 그런데 여기에 배려, 예의, 존중이라는 차원이 더해지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상대방의 언행은 불쾌함과 무력감을 주기 쉽다. 특히 상대방이 그런 태도들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며 유지하면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한의 인내심과 희생을 유발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된다. 이쯤 되면 이 관계는 질병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진다. 상호 간에 추구하는 가치가 맞고 틀림을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에 동의가 된다면, 상대방을 살피고 적어도 서로가 저어하는 언행은 자제할 줄 아는 게 진짜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인간이 하는 최선의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 내가 뒤처진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없던 신비로운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기가 여전히 세상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그것이 세대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세대론은 등장의 기록이 아니라 낙후의 기록이다. 어느날 세상에 'OO세대'가 등장했다면 주목해야 할 것은 'OO세대'가 아니라, 그걸 보고 놀라워하는 세대의 낙후성이다.

- 『최소한의 시민』 中 p.192


세상은 계속 변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 같이 변화해야 한다. 어떤 거창한 것보다는 그냥 어제 몰랐던 어떤 걸 오늘 하나라도 알게 되면 그게 변화라고 볼 수도 있을 거 같다. 어제는 이해 안 가던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오늘 이해가 된다면 그것도 변화가 아닐까. 그래서 최근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유연함을 잃지 말자는 거다. 오렌지족, X세대 등 사회에 이전에 없던, 삶의 지향점이 다른 무리를 지칭하는 단어들은 MZ 세대 전에도 잔뜩 있었다. 세대까지 가지 말고 가족 안에서 부모님한테, 형제들한테 내가 어떤 유별난 존재인지만 봐도 알 수 있을 거다. 새로운 세대를 새로운 기술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총 16개의 주제에 대해 함께 나눈 토론 정리본과 2개의 토론록이 담긴 이 책은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 나의 의견은 어떠한가를 고민하고 읽으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토론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하기 쉽지 않다. (토론 프로그램 보다가 꺼버리거나 무슨 개싸움 보는 거 같은 기분이 든 적 있을 거다) 제대로 토론할 수 있다는 건 기본적으로 잘 들을 수 있고, 상대방을 제대로 존중할 줄 안다는 것. 이 책에서는 그런 토론이 주는 안정감과 상호 이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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