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순간이다 - 삶이라는 타석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
김성근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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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 발 비껴있기는 하지만 <최강야구>는 방영을 시작한 시점부터 최애 프로그램이었다. 그냥 은퇴한 선수들이 모여서 놀려고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봤다가 그 진심에 너무 크게 치였달까. 특히 1시즌 때는 상대편으로 만난 고등학교 팀에서 기대되는 선수나 멋있는 감독님을 보고 주변에까지 얼마나 열심히 얘기했는지 모른다. 신인 드래프트 방송까지 챙겨보고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시던 어머니까지 방송 보시고 선수들에 대해 물어보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한 경기가 하루에 끝나지 않는 직관과 편집이 많아져서 잘 챙겨 보게 되지를 않지만, 그래도 <최강야구>에서 볼 수 있는 진짜 '팀'플레이를 좋아한다.

<최강야구>는 김성근 감독님이 맡으신 다음부터 뭔가 처절해지고 '팀'이라는 게 좀 더 강조되기 시작했다. 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을 보고 이분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는데 이후에 이광길 코치님이 유튜브 '마이금희'에서 두 분의 인연과 함께했던 야구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듣고 감독님과 코치님, 두 분의 팬이 되었다. 두 분의 이야기 속에는 '야구'라는 단 하나에 집중해 온 삶, 모든 걸 건 삶이 주는 경이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님의 이 책도 읽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차피' 속에서도 '혹시'라는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상상하고 그것들을 '반드시'로 만들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내는 것, 그게 내가 여태껏 해온 일이었다. '어차피 돈이 없으니까', '어차피 나는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으니까', '이 팀은 어차피 뛰어난 투수가 없으니까'……. 그런 생각은 하등 필요가 없다. 그렇게 수많은 '어차피'가 있다면 그 비관적인 상황을 돌파할 아이디어를 미리 찾아놓으면 되지 않는가.

- 『인생은 순간이다』 中 p.81


김성근 감독님은 선수 시절 모든 걸 잘하는 완벽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달리기도 잘 못하셨단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절망이나 단념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거다. 피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면 그걸 바꿀 수 있는, 아니면 다르게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최선의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냈다. 

'원래 그래', '어쩔 수 없어'라는 말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조직이나 사람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는 건 그 자리에서 썩는 거 밖에 없다. 계속 성장하려면, 적어도 '내일의 나'가 '오늘의 나'보다 괜찮으면 좋겠다면 '어차피'라는 말을 핑계 삼아 도망갈 구멍은 그만 만들자.


승률 7할이라는 목표는 내게 한 경기 한 경기 질 때마다 굉장한 압박감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에게 야구만 바라보라고 강제할 순 없다. 그들은 최강야구 연습을 하면서도 각자 자리의 일을 해야 한다. 이전까지 '김성근의 야구'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니, 어느 면에서 나는 이제 선수들에게 맞춰주고 있는 셈이다. 그 안에서 나만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아가면서.
- 『인생은 순간이다』 中 p.111


야구에 대해 잘 몰랐지만, 김성근 감독님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강야구> 감독으로 오신 다음에, 주변에 이 감독님 뭔가 논란이 있지 않았던가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찾아보니 이런저런 기사들이 있었는데 연습량 등으로 혹사 논란도 있는 반면에 아직도 SK 선수들이 감독님을 모시고 생신 모임을 할 정도로 끈끈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셨다.

<최강야구>도 감독님이 오신 다음부터 경기가 없는 겨울에도 진짜 구단처럼 시즌을 대비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단, 연습 참여는 자율이고, 감독님과 같이 할 수 없다면, 개인 훈련 후에 영상 인증 등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최강야구>의 출연료가 진짜 선수 연봉만큼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서 선수 개개인이 생계를 위해 따로 하고 있는 일들은 양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연습과 경기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은 여전히 야구만 바라보지만, 지금 본인이 감독하고 있는 팀의 특성상 선수들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맞춰주신다는 것, 이것도 성장이 아닐까?



나도 내 의견을 피력하되 코치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내 아이디어보다 괜찮은 의견을 내는 코치가 있다면 '이야, 일리있는 말이구나' 싶어 적용해 본다. 즉 미팅은 리더의 의견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두가 모이는 게 아니다. 설사 상대가 리더라도 틀렸다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인생은 순간이다』 中 p.270


1942년생인 감독님은 올해 83세시다. 그리고 그 생의 대부분을 야구에 쏟으셨다. 이런 감독님이 코치나 선수들의 말을 듣고 의견을 바꾸시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다. 감독님보다 경력이 일천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에 오르면 다른 상황이나 의견에 독선이나 독단으로 대응하는 걸 더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장하기 위해 우리기 잃지 않아야 하는 중요한 성향은 유연함이고, 조직과 리더는 그런 유연함으로 거센 토론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감독님의 말씀 안에서 느낄 수 있었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이라는 껍질만 쓴 곳을 많이 봐서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조금씩이라도 지속적으로 나아지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감독님이 야구에 대해 보여주시는 집중력과 진심에 더 공명하게 되는 거 같다. 아직도 계속 야구 관련 책을 읽으시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신다는데 이리저리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은 자로서 이렇게 단 하나에 집중하는, 감독님이 보여주시는 삶이 정말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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