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2025 우수환경도서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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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어떤 물건을 구입하거나 할 때 늘 반복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건 정말 필요한 것인가' 그렇게 나름의 고민을 거친 소비를 해도 1~2년 정도 묵히고 사용하지 않아 결국 버리게 되는 것들이 존재한다. 버리고 비워 정리한 자리를 보고 있으면 상쾌하다가도 문득 내가 버린 것은 어디로, 어떻게 사라지는지가 궁금할 때가 있었다. 쓰레기라고 생각해서 내 눈앞에서 치운 것들은 어떻게 될까?

이 책은 그런 궁금증에서 선택하게 되었는데 쓰레기를 중심으로 역사를 살펴볼 뿐 아니라 최근 모두가 의무처럼 느끼고 있는 재활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쓰레기 수거의 변천사, 이렇다 할 대안이 없어 여전히 과거의 방식(매립과 소각)을 유지하고 있는 쓰레기 처리 방법, 재활용에 있어 정말 문제가 되는 부분 등 관련 수치들과 배경지식을 통해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을 다르게 읽어낼 수 있다.



… 도시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는 심한 경우 전체 쓰레기의 약 10%에 불과하다고 추산된다. 주로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는 관리 부실 쓰레기는 물에 버려지거나 매립지에서 쓸려 나가 결국 사용하지 않는 땅, 도로, 바다로 유입된 쓰레기를 의미한다.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는 수십 년 전부터 시급한 환경 문제로 부상했다.

- 『쓰레기의 세계사』 中 p.280~281


떠다니는 쓰레기로 인한 해양 오염, 동물들의 피해 등을 다룬 기사, 다큐멘터리 등을 보기는 했지만 수거 비율을 수치로 보고 나니 다소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런 수거 비율의 쓰레기임에도 제대로 처리할 장소, 시스템이 없어서 처리장이나 매립지 설립으로 그 많은 갈등을 겪는다니...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를 빠짐없이 다 수거해서 모아 놓는 게 가능한 일인지, 그렇게 모아 놓으면 우리의 주거 공간이 남기는 하는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물건을 굳이 다시 사용하지 않더라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천 쪼가리는 고전적이면서도 잘 알려진 예시이다. 재활용은 단순히 물건을 다시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근대 초기 나폴리에서는 재활용에 수많은 직업이 얽혀 있었다. 중고 물품 판매상은 통틀어 반카루차리라고 불렸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속해 있었다. 카필로는 머리카락이나 털을 가발 제조상에게 팔았고, 케네라로는 빨래를 할 때 필요한 재를 팔았다. 라트레나레는 도랑에서 진흙을 모아 거름으로 팔았으며, 변소를 청소하는 루타마리나 쓸 만한 물건을 주우러 다니던 무솔리나레도 있었다. 중간상도 물론 존재했다. 이렇게나 다채로운 사람들이 쓰레기를 통해 도시에서 삶을 일궜다.

- 『쓰레기의 세계사』 中 p.98


쓰레기는 처음부터 더러운 회피 대상이 아니었다. 일자리 창출에 공헌이 큰 품목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의 터전이, 생활 방식이 달라지면서 점점 쓰레기는 감춰져야 하는 것, 더러운 것이 되었고 그 부작용만 점점 더 크게 부각됐다. 그래서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것이 꺼리는 일이 되었다.



문제는 효율성 증가에 집중하느라 어쩔 수 없이 포장에 의존하고, '수리'할 필요가 없는 물건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경제 체계이다. 오늘날의 경제 체계는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 물질을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는 재활용이 환경 보호가 아닌 이유이다. 물건을 운송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고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썩지도 않고, 물질의 순환 고리 속에 다시 끼워 넣기도 힘든 수많은 화학 물질과 폐기물이 생산된다.

- 『쓰레기의 세계사』 中 p.369~370


우리가 편의를 위해 새로운 물질, 물건을 만들어내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거기에는 그 물건이나 물질의 재활용이나 재사용은 고려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재활용, 재사용 등의 '순환 경제는 최첨단에 깨끗하고 친환경적이기보다는 '지저분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재활용이라는 탈을 쓰고 독성 물질이 수출되는 사례도 허다하다니 우리는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의 불편 정도는 다 같이 감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그런 게 전 지구적으로 동의가 되면 쓰레기의 생산 자체를 줄일 수 있을 거 같지만 가능할까 싶다. 핸드폰이랑 잠시만 떨어져도 답답해서 어쩔 줄 모르는 인류로 진화한 우리가 이제 와서 어디까지, 어떤 불편을 감수할 수 있을지...

최근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위기를 너무나 체감하는 상황에서 쓰레기를 통해 역사를 살펴보는 건 예상대로 의미가 있었다. 특정한 분야, 물건 등으로 세계사를 다룬 다양한 책들이 있는데 우리의 일상과 밀착된 쓰레기를 중심으로 자세히 읽어낼 수 있어 좋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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