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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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밤낮없이 괴로운 요즘에 읽기 딱 좋은 스릴러, 『홍학의 자리』. 이 책을 고른 것은 누군가의 추천 목록에서 거듭 언급되는 '반전'이라는 단어를 봐서였다. 대체 어떤 '반전'이 있길래 이 정도로 표현해 놓았는지 궁금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준후가 연인이었던 제자 다현의 죽음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야기는 다현의 가정사, 교무부장과 그의 모범생 아들과의 악연, 거기에 별거 중인 준후의 아내까지 등장하면서 여러 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까지는 크게 놀랍지는 않아서 이게 다인가 했는데 이 작품 마지막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거였다.



야근하던 날, 사랑을 나눈 다현이 교실에서 칼에 찔리고 목을 맨 채 발견되었을 때부터 이야기 중반까지의 준후의 행보는 그나마 다현에 대한 애정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준후는 소시오패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에 반해 사기꾼 어머니는 감옥에서 자살하고 살뜰히 보살펴주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다현은 세상에 홀로 남은 섬처럼 외로웠다. 그래서 준후를 사랑했고, 자기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향대로 사랑받기를 원했다. 가장 친했던 친구마저 엄마의 범죄로 인해 잃은 다현이에게는 그게 너무 절실한 거였다. 불행하게도 두 사람은 결코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는 인연이 아니었고, 그건 준후의 아내 영주와도 마찬가지였다.

준후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 싶을 때쯤이면 다른 사람들이나 사건이 등장해서 이야기가 새롭게 더해진다. 작가가 구조를 잘 짰고 그 덕에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풍성해지고 흥미진진해진다. 결말에 이르면 준후를 사랑했던 다현이 -더불어 영주도- 정말 가엾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혼자 똑똑한 척 다했던 준후의 얼간이스러움에 살짝 실소가 나기도 한다.



작가는 스릴러 장르에 대해 경고라고 언급하면서 이번 작품은 한 사람의 인정욕구에 대한 경고라고 했다. 이 소설은 사람의 인정욕구가 어떻게 그 사람을 끔찍한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랄까. 거기에 결말에 진짜 생각도 못 한 반전이 존재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전에 읽었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생각났다. 이 이야기의 반전도 예상 못 한 지점이어서 인상적이었다. 두 작품 모두 더위로 정말 괴로운 날, 서늘한 기분으로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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