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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절반 이상의 인생을 보낸 지금, 내 모든 인생을 걸고 얻어낸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 바로 이것이다. 나의 행복, 나의 안위를 평생 내팽개쳐도 좋을 만큼 중요한 건 세상에 없다.
-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中 p.185
최근 2~3년간 관계에 좀 변화가 있었다. 오래된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려고 하는 성향이 강했는데 이제 그런 관계라고 꼭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걸 스스로 납득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유지 못하는 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주변에서 관계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제는 놓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나랑 가장 오래 살 사람은 나고 그런 나와의 관계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 소중한 나와의 관계를 잘 지켜나가기 위해서 다른 힘든 관계들은 정리해도 괜찮다. 잘못하는 게 아니다.

저자인 쓰루미 와타루는 10대 때부터 사회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는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사회부적응자들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관계든 그 관계 때문에 힘든 것이 당연하게 겪어내거나 이겨내야 할 상황이 아니며, 친구도, 가족도,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라면 없는 게 낫다고 말한다. 도망쳐도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사회가 만들어낸 연애, 가족 등의 모습이 환상이라고 꼬집으며 그런 걸 이루기 위한 강박에서 벗어나자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진실 되고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상대에게 진심을 보여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그게 모든 상황,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진리는 아닌 것 같다. 누구든 나를 괴롭히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군다면, 최선을 다해 그에게 진심을 보일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그에게서 멀어져야 한다.
-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中 p.44
돌이켜보면 진심이 통한 순간이 없지는 않다. 나는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통해 그런 순간을 꽤 많이 보았다. 그런 면에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진심이 뒤통수로 돌아온 순간도 많다. 게다가 나쁜 기억이 더 오래가는 통에 자꾸 되새기면서 괴로워한 시간도 꽤 된다. 좋은 관계가 아니라면 빨리 정리하고 잊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는 인간관계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진실이 있다. 바로 '아무리 애정을 갖고 한 일이라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악의로 괴롭히는 것과 같다'라는 사실이다. 스토커를 보면 알 수 있다. 호의든 악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나치게 가까이서 해를 가한다는 게 중요하다. 괴롭힘 문제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남한테 해를 끼쳐 발생하는 모든 갈등은 결국 적절한 거리를 지키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다.
-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中 p.165
전에 악의보다 무서운 선의 때문에 몇 개월을 고생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세상 그렇게 선한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는 정말 소름 끼치게 힘들었다. 사랑, 호의, 이런 건 받는 사람이 그렇게 느껴야 그런 거다. 상대방이 자신이 보이는 언행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건 철저히 본인 기준으로 착각한 좋은 일일뿐 결국 잘못된 것이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라는 개념 위에 호의와 오지랖의 경계를 잘 지켜야 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사이가 있어야 사이가 좋을 수 있다.
결혼, 가정 등 사회가 정한 어떤 단계들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나는 한 번씩 내가 세상의 언저리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크게 불편한 점도, 불만도 없지만 이대로 괜찮은가 고민하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이 도움이 되었다. 어떤 삶이든 내가 충만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나보다 앞에 두어야 할 건 없는 거 같다. 물론 이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와는 다른 얘기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