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동화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세상을 탐험하는 방법은 꼭 여행만 있는 건 아니다. 책, 영화, 드라마, 전시, 공연 등등을 보다 보면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된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뭔가를 주야장천 보는 걸 거다. 독서 교육을 하시는 분께 추천받았던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를 읽으면서도 내가 알던 세상이 한 뼘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빨강 머리 '앤',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 '잔 다르크', '드라큘라' 등 동화나 고전을 통해 접했던 인물들이 실제 역사와 엮이는 순간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니 말이다.



많은 이야기가 청소년, 아동을 대상으로 각색되면서 달라졌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런 이야기의 배경에 깔린 역사를 보고 있으니 자신을 정당화시키는 인간의 본성이 생각보다 많은 소설이나 동화를 통해 미화되어 전파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드라큘라』와 실존 인물 드라큘라의 역사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흡혈귀가 아니라 각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타자와 타문화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편견, 불안과 공포가 육체를 입어가는 과정이다. 상대를 모르면 무섭고, 무서우면 상대를 악한 존재로 만들어버리게 된다.

-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中 p.140


모르면 무섭다. 알면 무서워도 공포에 짓눌리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를 잘 알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내가 사는 세상 밖을 자꾸, 자주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잘못된 편견이나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순히 다르다는 인식으로 벌어진 비극은 역사 속에서 차고 넘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


어릴 적에 이 작품을 읽을 때는 무조건 백작 할아버지가 나빠 보였는데 지금 보니 이 미국인 아저씨도 참 만만찮아 보인다. 타인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 이해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무조건 자신의 주장만 내세운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어르신은 '꼰대'다. 여기서 '꼰대'라는 것은 나이가 많은 분들을 싸잡아 비하하는 용어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완고해지고 자신의 편협한 생각만을 고집하며 도무지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으려하는 어른'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소공자』의 두 꼰대 어르신들은 어딘지 모르게 밉지가 않다. 어찌 된 일일까?

-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中 p.205


나이를 먹고 세상이 달라지면 주인공을 핍박하는 악역에 대해 간단하게 나쁘다고 읽어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달리 보인다. 미친 기사의 모험담 『돈 키호테』, 거지와 옷을 바꿔 입은 왕자의 고생담 『왕자와 거지』, 이상적 인간의 조건 「큰 바위 얼굴」 등 교과서에서 보기도 했던 작품들을 이 책을 통해 실제 역사적 배경을 두고 다시 읽어 내니 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약간 충격이었다. 일제의 문화정치와 겹쳐지는 모습이 있어서 더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이 이야기가 극우파 작가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거였다니...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하는 소설 『삼총사』의 악역 리슐리외 추기경이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던가를 알게 된 것도 흥미로웠다.

같은 역사,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숙해지면 좋겠다. 이렇게 책을 통해 떠나는 여름휴가도 괜찮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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