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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ㅣ 총총 시리즈
황선우.김혼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서 주는 왠지 모를 응원의 느낌으로 선택해서 읽게 된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 김혼비 작가가 1년 동안 주고받은 20통의 편지로 구성된 책이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 단어나 하나 던져 놓고 시작하는 친구들과의 -부조리가 무리뉴가 되는- 대화에 공감하면서 낄낄 웃고, 친구 가족의 장례식장에 6개의 화환을 보내는 에피소드에서는 그 한계 없는 창의력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읽었다. 편지에서 계절을, 고민을, 즐거움을 읽어내면서 두 작가, 아니 황선우, 김혼비라는 두 사람을 알아가는 느낌이었다. 시끄럽고 요란한 응원이 아닌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살짝 두드리는 다정함이 책 전반을 관통하고 있었다.

편지라는 건 분량이나 내용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온기를 담고 있다. 상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배려라는 게 담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두 작가가 서로에게 보내는 이 책의 글들은 따뜻하다. 그리고 유머러스하다. 이미 친밀한 사이에서 주고받는 게 아니라서 서로의 취향을 잘 모르는 만큼 각자가 꾸밈없이 담아내는 다양한 이야기와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고백의 다른 형태로 다가와 읽는 사람도 웃음 짓게, 답장에 설레게 만든다.
이제 편지, 특히 손으로 종이에 적어내는 글은 흔하지 않은 풍경이 되었고, 아직도 한 번씩 편지 보내는 걸 즐기는 나는 희귀한 사람이 되었지만, 그래서 이 책이 꽤 반가웠다. 꼭 우편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마음 편히 속을 털어놓으며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을 아끼고 응원하는 사람이다.

균형을 잡기 위해 기우뚱대는 과정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잖아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싸워야 하듯 일상의 향상성을 지키려면 계속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일-일-일-일이 아니라 일-쉼-일-놂이 될 때야 비로소 그런 변화의 리듬이 만들어지죠.
-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中 p.75
두 작가가 일상의 균형을 잡기 위해 만들고 있는 작은 변화들을 서로 나누고, 상대방이 그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극제가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결국 우리는 일상을 유연하게 유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성실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농땡이의 시간이 틈틈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필요한 시점인지에 대해서 스스로를 잘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