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명탐정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레오 브루스 지음, 김예진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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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고른 책들이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줄 때가 있다. 그 즐거움이 생기는 요소는 다양한데 이 『3인의 명탐정』이 그런 책이었다. 잘 모르는 작가의 책에서 좋아하던 캐릭터의 흔적을, 그것도 상당히 위트 있게 패러디된 걸 발견한 데서 오는 기쁨이 책 자체가 주는 것보다 컸다. 물론 책 자체의 완성도도 좋았다.



주말 파티에 초대받아 서스턴 저택에 모인 손님들은 범죄 소설을 놓고 갑작스러운 토론을 벌인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서스턴 부인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밀실이었던 방에서 잔인하게 서스턴 부인을 살해하고 도망친 범인을 놓고 모두가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신고를 받은 윌리엄 비프 경사 외에도 세 명의 명탐정이 나름의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손님으로 와 있던 타운젠드는 명탐정들의 수사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범인의 정체에 대해 점점 혼란을 겪는다.



탐정소설 좀 읽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책날개에 적힌 내용을 읽지 않더라도 등장하는 3인의 명탐정, '사이먼 플림솔 경, 아메르 피콩, 스미스 신부'가 누구를 패러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큰 재미가 거기서 온다. 나는 도러시 세이어스의 '피터 윔지 경' 시리즈를 읽지 않아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시리즈를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이 있는지 검색해 봤는데 그렇게 읽기는 어려울 거 같다. (피터 윔지 경 시리즈는 3편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거 같다)

패러디 특유의 과장과 적절한 비꼼이 각각의 캐릭터에 묻어나는데 그게 웃기면서도 반갑다. 그런 3인의 명탐정을 쫓아다니면서 수사의 과정과 실력에 감탄했다가 의심했다가 더할 나위 없는 혼란에 빠지는 타운젠드는 탐정소설에 심취한 독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기도 하다.



이게 '윌리엄 비프 경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걸 미리 읽어서 사실 누가 진실을 밝힐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윌리엄 비프 경사'의 말들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은 걸까? 그렇게 놓고 보면 이 작품은 결론보다는 3인의 명탐정이 보여주는 진실을 쫓는 과정과 늘 탐정소설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그들의 멋들어진 추리쇼, 그리고 그게 어떻게 이 소설 안에서 전형성을 피해 가는지를 보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윌리엄 비프 경사' 시리즈나 레오 브루스의 다른 책은 아직 우리나라에 나오지 않은 거 같아 정말 아쉽다.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좀 읽어본 사람, 또 처음 읽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이리저리 다른 작품에 대한 궁금증으로 검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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