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라진 날
할런 코벤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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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을 때 재미있는 장르소설을 읽겠다는 소망에 여러 책 이름을 찍어갔었다. 그리고 다 검색해서 청구기호를 출력했는데 막상 찾고 보니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몇 권 되지를 않았다. 그래서 할런 코벤의 신작이 있을까 싶어 검색하다 대출 중이라 좌절하고, 다른 책을 찾으려던 책장에서 운 좋게 이 책을 발견했다. 대출 중이라던 책이 왜 책장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할런 코벤이면 기본은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빌렸다.



뉴욕에서 세 아이,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잉그리드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사이먼의 삶은 큰 딸 페이지가 마약 딜러 에런과 엮이면서 달라진다. 마약에 중독되어 결국 대학교도 그만두고 사라진 페이지를 계속 찾아다니던 사이먼은 센트럴파크에서 버스킹 하던 페이지를 만나지만 에런의 방해로 노숙자를 폭행한 부유한 파렴치한이 되어 경찰에 연행된다. 폭행 혐의를 벗은 며칠 후, 에런이 살해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오고 잉그리드와 사이먼은 직접 페이지를 찾기로 하고 페이지가 에런과 같이 살던 아파트(범죄 현장)를 찾아가게 된다. 건물주인 코닐리어스는 페이지를 마지막 본 날, 그녀가 에런에게 폭행당한 거 같았다는 얘기를 해주고 페이지가 자주 가던 마약상 로코의 은신처를 알려준다. 로코를 찾아가서 페이지에 대해 추궁하던 중 잉그리드가 로코의 마약 딜러가 쏜 총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빌린 당일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속도감이나 몰입감이나, 미국 3대 미스터리상을 모두 수상한 최고의 작가, 넷플릭스에서 자신의 작품 총 14편을 영상화하는 프로젝트의 제작자 겸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역시나 기본은 하는 할렌 코벤이었다.

사랑하는 딸 페이지를 찾으려 사건을 파헤치는 사이먼, 실종된 부잣집 도련님을 찾는 탐정 엘레나, 그리고 '진리의 안식처'라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지시를 수행하는 디디와 애시, 전혀 접합점이 없을 거 같던 세 그룹의 이야기는 후반부에서 만나 하나의 완전체를 이루게 된다.

본인은 전혀 몰랐으나 모든 비밀의 키는 사이먼의 아내 잉그리드가 쥐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방황이 어떤 비극을 가져오게 될지 그녀가 예상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잉그리드가 사랑하는 사이먼에게 철저히 숨기고 동생인 이본에게 반드시 비밀로 지켜달라고 했던 그 일이 사이먼과 페이지가 겪은 아픔, 그리고 본인이 사경을 헤매게 되는 원인으로 스스로에게 돌아온 셈인데 이런 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정말 용서가 안 되는 건 '진리의 안식처'라는 사이비 집단이다. 그 집단의 청부를 성실히 수행하는 디디와 애시를 보면 솔직히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은, 억지스러운 마음도 드는데 인간이란 생명체가 좋든 나쁘든 갈 데 없는 극한까지 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니까... 

사이비 종교 집단과 얽혀 시작된 사이먼 가족의 슬픔은 페이지를 찾게 되고, 잉그리드가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 끝난 듯 보이지만 독자들은 알게 된다. 이 가족에게 진짜 고통과 어둠은 지금부터, 잉그리드가 그렇게 감추고 싶어 하던 비밀을 사이먼과 페이지가 공유하게 된 지금부터 시작될 거라는 걸 말이다. 

사이먼은 페이지를 찾으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에게 감췄던 비밀을 알아낸다. 마지막 잉그리드의 비밀은 끝까지 몰랐으면 좋았겠지만 경찰보다 더 집요하게 페이지의 여정을 찾아가던 사이먼이 그렇게 두지를 않았을 거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던지게 되는 질문,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어디까지,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가'


『네가 사라진 날』 中 p.10


+ 뉴욕 센트럴 파크의 벤치는 큰돈을 기부한 사람들에게 헌정된 거라 개인 명판이 저런 글귀를 담고 붙어 있단다. 여기서 다시금 나는 과연 뉴욕에서 무엇을 보고 온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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