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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ㅣ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최강야구>에서 김성근 감독님이 패한 경기 뒤에 연습에 나온 위축된 선수들을 모아놓고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된다, 배워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을 수 있도록 늘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야 하고...
스스로를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칭하는 저자는 바티칸대법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서 이탈리아 법무법인에서 일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대학에서 라틴어와 법 관련 강의를 하기도 했다. 교회법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런 자격을 얻기 위해 라틴어까지 공부하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라틴어는 명사가 12가지 격으로 변하기도 하고, 형용사는 36가지, 동사는 대략 225가지 형태로 변화한단다. 유럽권 언어의 동사 변화형이 어마무시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지 않나?
이탈리아 라테라노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3년간의 사법 연수원 과정까지 거쳐 바티칸대법원 700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변호사가 된 저자의 이야기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공부뿐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일단 펼치고 나면 쭉 읽게 되는 은근하고 묵직한 끌림이 있는 책이었다.

과거의 기억에 매여 있으면 '여기서 지금(hic et nunc, 히크 에트 눈크)' 해야 할 일에 충실해지기 어렵습니다. '지금 여기'를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억의 정화는 '지금 여기'를 잘살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자꾸 떠오르는 기억부터 서서히 정화해나가기 바랍니다.
-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中 p.197
요즘 가장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기억의 정화'. 나쁜 기억이든 좋은 기억이든 너무 오래 품고 있는 건 힘들다. 새로운 출발과 시작을 주저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나쁜 기억은 결국에는 돌고 돌아 그렇게 된 원인을 자신에게 찾으며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최근에 일기에 '지금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다'라고 썼었는데 이 분노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든 이걸 확실히 놓아줄 때가 되었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여러분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공부하고 계시나요?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기억의 정화'와 함께 필요한 건 바로 '목적의 정화'입니다. 우리 사회가 힘들고 아프고 어려웠던 건 열심히 공부해서 높은 연봉을 받는 직업을 가진,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없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목적을 정화하며 공부의 격을 높인 사람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에게서 이웃으로, 이웃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국가로, 다시 세계로, 결국 인류 전체로까지 힘이 되는 공부의 목적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더 나아가 거룩하게 만듭니다.
-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中 p.298
그리고 필요한 걸 하나 더 뽑자면 '목적의 정화'. 그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다음 스텝이 보이곤 했었는데 몇 년 전부터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의 목적, 목표에 대해서 방향성이라도 확실히 해야 된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는 일이, 공부가, 내면의 분명한 작은 기둥을 세울 수 있는 힘이 된다면 결국에는 그게 인류의 힘이 되는 범주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책안에 작은 선물이 있다고 공지를 먼저 받아서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이름이 들어간 친필 사인이었다. 저자가 먼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고... 라틴어는 무슨 뜻일까 찾아보니 바로 아래 적혀있는 '기쁜 마음으로'였다. 책에도, 사인에도 저자의 마음이 잘 담겨있었다.
초반부에 소개된 가수 마크 빈센트의 <룩 인사이드(Look inside)>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노래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공부든 일이든 매달리게 되면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감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중간에 달라지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들로 일상을 채우고 공부하고 살아가자.
'Dilige et fac quod vis(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 아우구스티누스 《요한 서간 강해》
실상 몸을 가두고 무언가를 배워가는 과정 속에서는 주어진 시간을 꽉 채우지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나를 거의 매일 보게 됩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고 해서 그게 내가 아닌 것은 아니잖아요? 이도 저도 아니라고 해서 그게 삶이 아닌 것은 아닌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나'라는 유리창에는 얼룩도 있고 흠집도 있지만 깨끗한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것을 통해 나와의 약속도 잘 지키지 못한 나,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나이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中 p.307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