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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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국제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일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서,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라는 종으로 취급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최근에도 그랬다. 그러던 중에 만난 이 책은 깨달음을 주기도 했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겪은 발전이라는 건 우리의 타고난 인간다움을 잃게 만드는 쪽으로 특히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강화되었고,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게 위해 애쓰는 건 어쩌면 시대를 거스르는 어리석음으로까지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노력을 다 같이 하지 않으면 앞으로 겪을 절망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다. 


사실 그것은 이 책의 주요 요점 중 하나이다. 디지털 시대는 한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중요한 힘, 본래의 바른 정신을 유지하는 힘을 없애버렸다. 우리에게는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지만, 경험 대신 트위터가 있다. 우리에게는 직접 경험이 필요하지만, 그 대신 게임이 있다. 우리에게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쌓는 사회적 경험이 필요하지만, 그 대신 소셜 미디어가 있다. 우리에게는 자연에 몰입하는 경험이 필요하지만, 그 대신 인스타그램으로 보는 자연 사진 몇 장이 있다. 

진정으로 건강하고, 강하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러한 상황을 그냥 무시해서는 안 된다.

- 『손 안에 갇힌 사람들』 中 p.315


저자는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약물중독자의 삶에서 스스로가 가진 본연의 힘을 회복한 경험과 엮어 현재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편함이 디폴트가 된 우리의 일상과 세상이 가진 위험성을 경고한다. 미국 최고의 중독 치료 전문가로 활동 중인 저자는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기기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그 모습은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뉴스로 많이 접하는 미국의 학교 총격 사건 중 첫 번째는 1966년에 일어난 텍사스 타워 총격 사건이라고 한다. 중요한 점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학교 총격 사건이 이 첫 번째 사건의 언론 보도가 나간 후 6개월도 되지 않아 두 건이나 발생했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를 '사회적 전염'이라고 한다. 이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살인 예고와 묻지마 칼부림, 마약 사건 등과도 겹쳐 보인다. -누군가는 하다 하다 살인이 유행이 되는 거냐고 하는데 이는 일종의 다른 바이러스일 수도 있겠다.- '사회적 전염'의 힘이 단순히 언론 보도에만 의지하던 시기에 대어 디지털 시대에 얼마나 커졌는지는 미국의 총격 사건의 빈도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거대 기술기업은 정치적 중립의 땅에서는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들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도마뱀 뇌'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언론계에 이런 말이 있었다. "피를 흘리면, 시청률이 올라간다." 자동차 사고의 사망 현장을 꼭 봐야만 하는 인간의 병적인 호기심을 생각하면 일리 있는 말이다. 이제 디지털 시대는 "피를 흘리면 시청률이 올라간다"를 넘어 "감정을 자극하면, 시청자가 몰두한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게 되었다. 경제적인 면에서 현실을 이야기하자면, 중도 성향 컨텐츠에는 돈이 따르거나 디지털 습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 『손 안에 갇힌 사람들』 中 p.153


어떤 이야기든 퍼지는 속도가 남다른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참거나 감당하는 걸 어려워하는 대중이 되어가고 있고 거대 기술기업에서는 즉각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그런 면을 강화시킨다. 그러면서 큰돈을 번다. 뼈아프지만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기술 식민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는 회복이 필요하다. 인간으로서 타고난 기질과 품성을 잘 유지하며 살기 위해 좀 다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어디에든 많이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고립되고 편향되기 쉬운 세상에서 노예가 아닌 제대로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더 기꺼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자유가 점점 줄어드는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려는 많은 비인간적인 세력이 있습니다. 기술 장치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든, 자유에서 멀어지게 하고 통제를 강요하는 이 과정을 가속화하는 장치들을 쓸 수 있죠. 

… 미래에 벌어질 이러한 종류의 독재는 얼마 전까지 우리가 봤던 독재와는 매우 다를 겁니다. 

… 사실 어떤 면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체계에서 행복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위험한 것은, 그들이 행복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행복해진다는 거예요."

- 올더스 헉슬리, 1958년 5월 18일, 마이크 월러스와의 TV 인터뷰에서

- 『손 안에 갇힌 사람들』 中 p.198


세계는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책 안에서 언급된 아이폰 조립 공장 노동자들의 사례를 읽으면서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희생되는 다른 이의 삶을 하나하나 들여다봤을 때 우리가 정말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적당히 눈 감고 살고 있는 게 맞다. 그렇게 보면 단순히 기부를 하고, 환경을 위한 채식을 한다는 것 등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만일 수도 있을 거 같다.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기기 덕에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의식하지도 않은 채로 죄짓기도 쉬워졌다는 것을 기억하자. 어떻든 나의 선택에 상처받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과신을 경계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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