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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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내용을 한번 정리해보자. 200만 년 전 호모하빌리스는 지능은 있었지만 단편적이었고 아직 마음이 없는 존재였다. 180만 년 전 호모에렉투스는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그것이 자신인지 알아보는 자의식이 생겼다. 20~30만 년 전 호모네안데르탈렌시스는 아픈 자를 돌보고 사랑하던 이의 무덤에 꽃을 올려놓을 줄 알았다. 그리고 1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는 거침없이 유연한 상상을 하며 장신구와 추상적인 예술품을 쏟아냈다.

- 『사피엔솔로지』 中 p.101


학교의 교과과정 속에서 우리는 인류의 진화와 발전 과정을 배운다. 덕분에 시기와 명칭이 정확히 매칭되지는 않아도 관련 강의나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정도 생각이 나기도 한다. 이 책은 표지의 문구대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룸과 동시에 어떤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미래가 불멸을 꿈꾸는 『두 번째 인류』와 연결되기도 한다.


우리는 참 신기한 생명체다. 체중의 2%에 불과한 뇌에 전체 에너지의 5분의 1을 소비하며 '지능'의 진화에 역량을 쏟아부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걸 지속하고 서로에 대한 돌봄과 배려, 공감의 능력으로 거대한 사회를 이뤘다. 게다가 미지의 것에 대한 개척과 과감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자정을 위한 적절한 브레이크를 걸 줄도 안다. 그러나 배척과 적대심 또한 무한대로 발휘할 수 있으며 정말로 스스로를 멸종시키는 게 가능하기도 한 종족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혹독한 빙하기에 집단이 생존하려면 불구의 신체와 장애를 가진 타인은 버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선행인류가 무리 이동을 할 때 이동 능력이 없는 동족은 그 자리에 두고 떠났다.

반면, 이 늙고 병든 두 노인에게는 오랜 기간 돌봄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호모 속들이 타인을 돌보고 배려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이런 일을 동물들은 하지 않는다. 6만 년 전부터 인간은 더 이상 동물이 아닌 존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 『사피엔솔로지』 中 p.95~96


인간은 공감하는 데 필요한 마음을 갖기 시작하면서 확실한 차별점을 가진 존재가 되었으나 그 덕에 좀 더 악랄하고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마음에는 꼭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는 편을 가르고 전쟁을 하고 교묘하게 타인을 수단화할 수 있는 종이 되었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법, 상대적으로 약한 육체적인 능력치에도 지능, 마음, 문화 등으로 지구의 지배종이 된 인간의 협업 능력은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도시와 국가, 문명에 대해 다룬 4장까지 읽고 나면 우리가 처음에 가지고 태어난 거 대비 참 대단한 걸 이루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발전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 그냥 휩쓸려가지 않도록 하는 게 조금 더 나은 우리와 세상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유전자 조작과 인공지능, 그리고 기후위기 등이 언급된 5장에서 7장까지의 내용은 이전에 읽은 『두 번째 인류』를 떠올리게도 했고, 동물복제로 주목받다가 논문 조작으로 몰락한 황우석 박사 사건부터 유전자 조작으로 일말의 결함도 없이 태어나는 인간, 크롬이 등장하는 드라마 <올모스트 휴먼> 등 여러 가지가 생각나게 만들었다. 

우리는 점점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으로 접했던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 좋다, 나쁘다, 어느 한쪽으로 단정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세계 평균으로 볼 때 7월 29일 이후로 다음 세대가 사용할 지구 자원을 빌려다 쓰고 있다는 2021년의 통계치를 보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4월 초부터 후손들의 것을 빌려 쓰고 있단다- 이제 우리는 발전, 개발보다는 균형과 지속에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진짜 온 게 아닌가 싶다. 이미 너무 늦은 걸지도 모르지만, 이토록 경이로운 발전을 이뤄낸 인류로서 어느 때보다 '혁신 본능'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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