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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사고 - 살아남는 콘셉트를 만드는 생각 시스템
다치카와 에이스케 지음, 신희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창의, 창조, 창작이라는 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연하게 느껴질 때 그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생명체의 진화에서 힌트를 얻어 그 진화의 흐름과 창조의 사고를 연결시키는 '진화사고'라는 방법론을 만들었다. 생물이 변이와 선택을 통해 진화해왔듯이 사물 혹은 어떤 프로젝트도 다양한 변이와 그에 대한 선택으로 더 나은, 좋은 방향으로 창조를 향해 나갈 수 있다는 걸 사례와 경험들로 보여주는데 단순히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는 게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는 워크북 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변이의 사고를 터득해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상상력을 익히자. 상식에서 벗어난 바보 같은 도전을 새로운 이름으로 찬미하며 고정관념을 던져버리자. 아이디어의 질은 중요하지 않다. 우스운 아이디어도 대환영이다. 아이디어를 일으키는 우연한 발상을 억누르지 말고 예상 밖의 가능성에 마음을 열자.
- 『진화사고』 中 p.98
어린 시절에 상상화 그리기 대화 같은 걸 했던 기억이 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 실현 가능성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엉뚱한 것들을 잔뜩 그려 넣은 그림을 그리고 봤었는데 아마도 그중 몇 가지는 지금 실재하고 있을 것이다. 아는 게 없어서 그만큼 용감하고 한계 없이 상상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런 상상력을 잃는다. 상상한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눈치를 보게 되었는지...
변량, 의태, 소실, 증식, 이동, 교환, 분리, 역전, 융합에 이르는 저자의 변의 워크를 따라가다 보면 다시 마음껏 이상(?)하게 상상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어쩌면 그 안에서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지금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팔리는 기획, 새로운 아이디어, 끌리는 공간'에 대한 고민은 일을 하고 있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가 참여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설득 프로젝트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쓰레기 처리장을 둘러싼 잡음과 지자체, 주민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 기만이 아닌 신뢰감 있는 설득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가, 그런 것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위험하고 더러운 처리장'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의 확장과 변이를 전개하는 저자의 사례가 흥미로웠다. 그 아이디어와 방식이 감탄스러우나 그럼에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다방면의 디자인 전략가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는 디자인을 '형태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창조를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자연에서의 진화를 중심에 두면 그 안에 관계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창조 안에는 '천적'(가치의 폐기)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물건에 천적이 있다는 건 생각해 본적도 없는데 저자의 진화사고를 통해서 창작이라는 걸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창의력이라는 걸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분업화 이후 여러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각자 맡은 영역에 따라 새로운 발상이나 창조와는 담쌓는 일이 많아졌다. 창조라는 건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언제든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내재된 힘이 있다는 걸 믿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