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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비추는 밤, 마음만은 보이지 않아 -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7가지 심리 처방전
도하타 가이토 지음, 이지수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심리학자 융은 '우리가 마치 조각배로 거친 밤바다를 항해하는 것처럼 의지할 데 없'는 인생의 위기의 시기를 '밤의 항해'라고 불렀다고 한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인생이 '때로 길을 잃는 시기', 바로 그때 우리는 마치 암흑 속을 홀로 항해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책의 도입부에서 이 '밤의 항해'라는 표현을 보고 진짜 상황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지금 나도 '밤의 항해' 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는 언제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고, 그럼에도 그럭저럭 스스로를 다독이고 채찍질하며 일상을 유지해 나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 모든 믿음, 의지, 기대가 사라지고 절망, 체념,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치며 정말 길을 잃은 미아가 된 듯한 기분이 지속될 때가 있다.
임상 심리사인 저자는 다른 상황, 다양한 문제로 힘들어하는 내담자들의 밑바닥에는 같은 괴로움이 있음을 느끼고, 연결되기 쉬운 만큼 더 고독해지기 쉬운 요즘의 세상에서 '밤의 항해'를 하는 모두를 위한 세심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 내담자들의 사연을 재구성하여 만들어낸 K와 D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보조선에 기대어 함께 '밤의 항해'를 하게 된다. 많은 임상 경험을 섞고 조합해서인지 K와 D의 이야기 속에서 어느 정도는 내가 겪었을 법한 비슷한 감정과 상황의 조각을 찾을 수 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기댈 때 꽤 기쁘잖아요?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는 잘됐다고 생각하고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은 그 자체로 보수가 됩니다. 그런데도 막상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려고 하면 상대에게 민폐를 끼치는 짓, 상대가 싫어할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SOS'를 쳐봅시다. 사람은 누가 도와달라고 하거나 상담을 요청하면 의외로 그에 응하려고 하는 법입니다. 물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당신의 괴로움을 공유해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게 아닐까요.
- 『모든 걸 비추는 밤, 마음만은 보이지 않아』 中 p.244-245
인간을 믿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현실의 복잡하게 뒤얽힌 인간관계는 영화나 드라마 속 인간관계처럼 해결되지 않습니다. 있는 것은 수수한 시간의 흐름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믿는 데 유일한 힘이 됩니다. 납득이 안 되는 일, 모순으로 가득한 일,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 다시 말해 논리적 사고로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 일을 시간은 천천히 녹여줍니다.
- 『모든 걸 비추는 밤, 마음만은 보이지 않아』 中 p.292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우리는 안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는 것, 그리고 가끔은 그 타이밍이 아주 기가 막힌 상황을 만들어 낸다는 것도... 물론 시간도, 누군가의 도움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고, 당장 아무 소용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해내야 하는 '밤의 항해'라면 가능한 모든 것에 기대어 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 개인적으로는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려고 하는 편인데 저자는 우리가 지금 인생이 쉽게 단순해지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애매한 색이 세상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래서 복잡함을 잘라낼 게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가능한 한 복잡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행복이라고 말한다.
머리를 싸맬 괴로운 순간이 이 책 한 권으로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며 대화하듯 이끌어가는 저자의 보조선을 따라가다 보면 '밤의 항해'가 두렵지만은 않다. 결국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 '밤의 항해'가 끝나고 어느덧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 테니... 또한 이건 혼자만의 유별난 경험이 아니다. 그러니 너무 외로워하지 말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