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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ㅣ 어스시 전집 1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평점 :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만든 <게드전기>는 바로 이 어스시 전집 중 3권과 4권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한 애니메이션을 한 번만 본 적이 거의 없는 나한테 <게드전기>는 정말 괴로운 작품이었다. 거듭 볼수록 정말 별로였던 것이다. 3번쯤 보고 나서 이 작품을 학생들에게 꼭 보여줘야 한다면, 학생들끼리만 보게 하던가 해야겠다고 결심했었다. ^^;;
애니메이션과는 별개로 찾아본 원작은 무려 세계 3대 판타지 걸작 중에 하나였다. 도대체 그런 작품으로 미야자키 고로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생각했었는데 원작을 읽어보지도 않고 이미 상처투성이인 작품을 계속 헐뜯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꼭 원작을 보리라 결심했고... 동네 도서관에서 여러 차례 검색했는데 전집을 다 갖춘 구내 공공 도서관이 없었다. 거의 한 두 권씩 빠져 있기도 하고 해서 아쉬운 대로 일단 첫 권부터 읽어보자며 『어스시의 마법사』를 빌렸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산골소년 새매는 그의 마법적 재능을 알아챈 이모 덕분에 여러 주문들을 익히며 성장한다.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침략자들을 안개를 이용해 물리치게 되고,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온 위대한 마법사 오지언에게 게드라는 이름을 받은 후 제자가 되어 떠난다. 오지언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하던 나날을 보내다 결국 마법사들의 섬 로크로 온 게드는 상급생들까지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러나 평소 못마땅해하던 학생에게 본 때를 보여주려고 죽은 자를 소환하는 마법을 시행하던 중 어둠 속에서 나타난 대현자도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림자 괴물에게 거의 죽을 뻔하고 괴물은 그대로 달아난다.
어스시 전집 1권 『어스시의 마법사』는 출중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 게드의 소년 시절부터 수련 생활, 그리고 자만에서 비롯된 사고와 그 사고를 극복하는 결말까지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보여 준다. 정확히 게드의 성장기를 보여주면서 그의 앞에 또 어떤 여정이 펼쳐지게 될지 기대하게 만드는 서막인 셈이다.
"아이 적엔 마법사가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인 양 여겨졌겠지. 나도 한때는 그랬단다. 우리 모두 다 그래. 하지만 진실은 진정한 힘이 커지고 지식이 넓어질수록 갈 수 있는 길은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끝내는 선택이란 게 아예 없어지고 오직 해야 할 일만 남게 된단다……."
- 『어스시의 마법사』 中 p.120
괴물에게 죽을 뻔한 게드는 회복한 이후에는 오히려 하급생들에게 뒤처지게 된다. 흉한 상처까지 얻게 되어 겉모습까지 완전히 달라진 게드는 언제 그림자 괴물에게 자신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마법사가 되는 과정을 마치게 된다.
마법사가 되었지만 게드가 그림자 괴물과 벌이는 사투는 지난하다. 아끼던 반려동물도 잃게 되고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불안해하며 때때로 유혹, 갖은 시련과 싸우며 방황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그래도 게드는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등한시하지 않으며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게드의 모험담이기는 하지만, 게드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대현자로 거듭날 거라는 것은 분명하기에 읽으면서 게드가 전체 이야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정말 궁금해졌다. 전집을 다 읽으려면 이리저리 도서관을 순회하면서 빌리게 되겠지만 잘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3대 판타지 걸작 중 『나니아 연대기』는 마지막이 좀 실망스러웠고, 영화로만 본 『반지의 제왕』은 신났다. ^^ 어스시 전집이 최종적으로 어떤 감상을 남기게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