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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마스다 미리의 책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뤘을 때 더 공감하게 되는 거 같다.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러서 빌려 온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도 -『아무래도 싫은 사람』만큼은 아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요즘 화가 많이 나서라기보다는 화를 제대로 풀 수가 없어서인 거 같다.

마스다 미리는 서문에서 '화에 슬픔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그렇게 대단한 화가 아니'라고 한다. 요 슬픔이라는 게 뭔지가 좀 애매했는데 키우던 아기 고양이의 무덤이 파헤쳐 진 에피소드에서 이해가 되었다.
내 마음은 분노로 터질 거 같았다.
증오와 슬픔이 함께가 된 분노는 갈 데가 없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그 분노는 이제 시간과 함께 흐려졌지만, 제방에서 울던 열네 살의 나는 지금도 불쌍하다.
-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中 p.114
책에는 마스다 미리가 경험한 다양한 상황에서의 화가 등장한다. 화가 난 상황,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을 화가 나게 만든 상황 등 살면서 한 번쯤 접했을 법한 상황이 많아서 '그래 이 비슷한 일 있었어' 이러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쉬운 지점은 결국 화에 대한, 화가 나게 만든 사람들과 그 이야기의 모음에 그쳤다는 느낌이 강해서 구입하지 않고 빌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딱히 해결책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스다 미리가 좀 다르게 풀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는 조금 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는 날, 몹시 무서워진다. 사십대인 나는 화를 낼 체력과 다소 화를 내는 스킬을 갖추고 있는, 말하자면 인생 최강의 화를 낼 시기. 그렇지만 나이를 더 먹으면? 설령 정당한 항의라고 해도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런 나의 미래를 상상하니 쏟을 데 없는 분노가 멋대로 부글거린다.
-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후기 中 p.159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읽은 후에 작가 후기를 읽다가 조금 노련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같은 고민, 화에 시달리고 있는 거 같은 저자의 모습에 뭔가 인간(?)적인 느낌이 받았다. 그렇다! 책 한 권 쓴다고 해서, 그 책을 읽는다고 해서 오랜 세월 답 없는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