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를 하다 -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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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누구의 몫일까?

세상 쓸데없는 직업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정치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바꿔주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치를 했던, 혹은 하고 있는 여성 21명의 이야기를 담은 『여성, 정치를 하다』는 정치라는 것이 반드시 의회나 선거, 투표와 관련된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 지금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정치를 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가수 존 바에즈, 예술가 케테 콜비츠, 배우 멜리나 메르쿠리가 기억에 남았다. 특히 앞의 세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통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여성들로 더러운 권력 싸움과는 거리가 먼 자신만의 방식으로 신념을 드러내고 세상의 변화를 주도했다.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폼페리포사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성공한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집권당의 과세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한다. 재무부 장관에게 비난을 받고 논지를 흐리는 공격을 당해도 연이어 비판의 글을 발표하며 결국 정권교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체벌 교육 반대와 부모 폭력 금지, 동물 복지에 대한 호소와 관심 촉구를 통해 관련 법 제정이라는 성과도 얻어 낸다.

베트남전이 벌어지는 시기에 하노이에 방문한 존 바에즈는 노래를 통해 군인들을 위로했다. 칠레의 독재 정권에 대한 반발과 저항의 의미로 스페인어로 노래를 발표하기도 하고 1993년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기도 한 그녀는 평화와 인권 운동을 위해 헌신하며 '비폭력연구소'를 세우고, '국제사면위원회'의 미국 서부해안지부를 조직하기도 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사회적 여성 예술가 케테 콜비츠는 1차 세계대전으로 아들은 잃은 뒤 슬픔과 아들의 뜻을 잇겠다는 강한 의지로 목판화 「전쟁」 시리즈를 완성한다. 1942년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는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그녀는 히틀러가 지도자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지식인들을 규합하고, 글을 발표하고, 반파시즘 연대를 적극 추진하기도 하지만 결국 히틀러에 의해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퇴폐적인 예술가로 분류된다. 케테 콜비츠의 「전쟁은 이제 그만」은 바로 이 책의 표지이기도 하다. 정치와 예술을 분리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를 한 케테 콜비츠도, 사진으로 실려 있는 그녀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미셸 오바마, 매들린 올브라이트, 헬렌 켈러, 마거릿 대처 등 많이 들어본 친숙한 인물들도 반가웠지만, 열한 살에 방송에 출연하여 탈레반을 비판하고 탈레반 치하 생활을 일기로 BBC 웹 사이트에 올려 죽음의 위기까지 겪은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 아프리카의 환경, 여성 인권, 빈곤 퇴치, 교육, 민주주의에 기여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 등 이름도 생소한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왕가리 마타이는 천천히 끝까지 싸워도 세상은 아주 조금씩 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케냐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나무로 환기시켰다. 민주주의는 단숨에 이룰 수도 혼자서 완성할 수도 없으며, '만병통치약'도 아니었다. 그녀는 협치를 강조한 정치인이었다.


- 『여성, 정치를 하다』 中 p.226~227

 

'천천히 끝까지' 싸우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한다니 다행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정치는 그렇게 자기 자리에서 천천히 끝까지 싸우는 게 아닐까?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그것이 꼭 격할 필요도, 반드시 어떤 꼼수를 동반할 필요도 없다는 걸 이 책의 여성들이 보여주었다. 그녀들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거나 성공한 것이 아니어도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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