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의 자세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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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하다가 뒤표지에 "오늘 못하면 다음에 하면 돼. 인생은 지겹도록 기니까."라는 문구에 기대가 되었던 『이완의 자세』.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둘이 남은 유라는 번듯한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선녀탕에 살게 된다. 세신사로 취업한 어머니는 수시로 유라를 상대로 때미는 연습을 했고, 아프고 학대에 가까웠던 그 시간은 유라에게 큰 상처로 남는다. 별 기대 없이 등록한 동네 무용 학원에서 의외의 재능을 발휘하던 유라는 콩쿨에서 상도 받고 영부인들이 다녔다는 여대에 진학하면서 어머니의 자랑이 된다.

 

 

유라가 어머니가 세신사로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 고초를 겪는 부분을 읽으면서 유라가 상처와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지, 어머니와는 어떻게 관계를 개선해 나아갈지 궁금했는데 책은 그 부분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성장서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답답한 마음은 그대로였다.

 

나는 만수를 이해시킬 수 없었다. 한번도 자기 자신을 온전히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내어주지도 내려놓지도 못한다고, 나는 나 자신인 채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씩씩대는 만수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 『이완의 자세』 中 p.160


유라는 어머니의 때밀이 실험체였던 괴로운 기억 때문에 타인의 손길에 계속 경직된다. 그나마 그녀를 제대로 파악한 무용 학원 원장 덕에 콩쿨에서 상을 받을 정도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나 대학에 입학해서는 전혀 상황이 달라진다. 교수의 손길에 좀처럼 동작을 수정하지 못하는 그녀는 펑크 난 전공 학점을 다른 수업의 성적으로 메꾸느라 바쁘고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결국 무용을 포기하고 예술경영대학원에 진학해서 공연기획에 대해 공부해보기로 하는데 유라의 이런 사정을 그녀의 전 남자친구들, 그리고 -그녀에게 친밀하게 구는- 목욕탕집 아들 만수도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야구 유학까지 갔으나 어깨 부상으로 인해 고작 18살의 나이에 인생이 길을 잃은 듯 구는 만수도 유라와 상황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두 사람도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결국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유라 엄마가 별 뜻 없이 내뱉은 "오늘 못하면 다음에 하면 돼. 인생은 지겹도록 기니까"라는 말은 성장이든, 이해든 오늘 못하면 다음에 하면 된다는, 긴 인생 중에 어느 순간에든 하면 된다는 뜻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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