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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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무수한 작품들 중에 볼만한 게 뭐가 있는지 검색할 때 자주 봤던 <365일>. 더불어 누구와 같이 보는 건 권하지 않는다는 얘기, 그리고 집에 혼자 있을 때 보라는 조언도 자주 뒤따랐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함께 언급되는 걸로 봐서는 대충 어떤 작품인지 감이 오기는 했다. ^^;;;

 

이탈리아 마피아 가문의 가주인 마시모는 죽을 뻔했던 사고 중에 한 여자의 환영을 본다. 사경을 헤매다 깨어난 후, 생생했던 여자의 모습을 잊지 못하고 화가들에게 그림으로 그리게 해서 저택의 곳곳에 걸어 둔다. 실재하는 인물일 거라고 확신하지 못하던 그는 시칠리아에서 그 여자, 라우라를 마주친다. 근무하던 호텔을 그만두고 친구 커플, 남자 친구와 함께 시칠리아로 여행 온 라우라는 내내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묘하게 자꾸 마주치는 이탈리아 남자(마시모)가 거슬린다. 생일날 여전히 자신을 내버려 두고 다른 것에만 신경 쓰는 남자 친구 마르틴에게 결국 폭발한 라우라는 호텔을 뛰쳐나왔다가 길을 잃고, 낯선 방에서 깨어난다.

 

 

| 로맨스가 호러가 되는 순간
틴에이저 로맨스물이었던 『에브리씽 에브리씽』을 호러로 느꼈던 나는 이 작품 역시 로맨스로 읽을 수가 없었다. 작가는 '사랑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마시모와 라우라가 보여주는 게 사랑인지 정말 모르겠다.

마시모는 라우라는 납치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녀를 가족을 볼모 삼아 협박하며 365일 동안 자신에 곁에 머물기를 강요한다. 365일 안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돌아가도 좋다는 것인데... 일단 이게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짓인지 잘 모르겠다. 마시모는 범죄의 영역부터 기업 운영까지 발 담그지 않은 곳이 없는 마피아의 수장이다. 호텔이나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납치나 협박으로 인한 구류보다는 라우라를 자신의 업체에 스카우트하거나 해서 곁에 두는 다른 정상적인, 혹은 보다 낭만적인(?)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닐까.

사랑은 재력이나 외모 때문에 싹틀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재력이나 외모를 가진 사람이 사람 같지 않은데, 뭔가 잘못되면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너무 쉽고 변태적인 짓을 보여주는 것도 서슴지 않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 곁에서 사랑의 감정이 생긴다는 건 미안하지만 오히려 내가 미쳐간다는 증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취향은 다양하기에

나는 그랬지만, 이 작품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폴란드에서만 15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25개국에 판권 수출이라는 성과가 가능했을 것이다. 라우라와 마시모도 서로의 취향이 맞았기에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 것이고...

국경을 넘어서는 권력과 부를 가진 남자와 그의 환상이었다가 실존 인물이 된 여자, 두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조건과 상황 속에서 갈등을 겪다가 일반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비범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대리만족이 된 사람도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랑은 어쨌거나 책이니까 상상이니까 가능하다. 평소 수사물을 좋아하는 나는 어느 순간 이야기 속에서 마시모를 잡아들일 수 있는 범죄 행위가 몇 가지나 되는지를 세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ㅎㅎㅎ 다양한 취향은 존중하지만, 그게 범죄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초반부터 예상보다 세게 나오는 이야기가 좀 당황스럽기도 했던 『365일』. 다 읽고 나니 문득 예전 학생 시절에 한 번씩 읽었던 로맨스 소설 시리즈가 생각났다. 결국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라서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게 되는 그 시리즈물은 참 순한 맛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도, 사람도, 사랑도 이렇게 점점 적나라해지는 게 트렌드인지 궁금해졌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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