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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언급되어서 알게 된 『드라이빙 미스 노마』. 아흔 살의 노마 할머니는 남편을 떠나보내던 시점에 자신도 말기 암 판정을 받게 된다. 입원, 수술, 항암치료 대신 아들 내외와 떠나는 전국 일주를 선택한 할머니는 생의 마지막 시간을 즐거움과 사랑, 아름다움으로 채운다. 그리고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가 이 여행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노마 할머니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아이콘이 된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솔직한 기록으로 아픈 어머니와의 여행에 대한 불안과 걱정, 예기치 못한 공감과 교류의 순간,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등을 팀과 라미가 적어내려간 것이다.

노마 할머니와 레오 할아버지는 모두 세계 제2차 대전의 참전용사로 가정을 이룬 후에 팀과 스테이시를 입양해서 사랑으로 키웠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팀과 다르게 군 복무를 마친 후 비밀경호국에서 일하던 스테이시는 젊은 나이에 암으로 가족 중 제일 먼저 세상을 떠난다. 스테이시의 죽음을 두고 서로를 보듬기보다는 각자 침묵하고 슬픔을 삼키는 방법으로 애도하던 가족들은 아버지 레오 할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노마 할머니의 시한부 판정으로 함께 여행하게 되면서 비로소 슬픔을 드러내고, 서로에게 마음을 보여주면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해 나간다.
노령의 어머니가 생활하고 이동하기 불편하지 않은 캠핑카를 고르는 것부터 큰일이었던 여행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내가 너무 순진하게 이 여정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은 그냥 꿈꿀 때나 낭만적인 것을... 진짜 떠나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가면 고려해야 할 것도, 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생각지도 않았던 이상한 난관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잠깐 잊고 있었다. 캠핑카와 그 캠핑카를 견인할 수 있는 지프차, 여기에 캠핑카가 다니는 데 문제가 없을 길과 경로, 장소, 그리고 계속 세심하게 어머니의 약을 챙기고, 상태를 살피는 것까지, 떠나기로 결심한 노마 할머니도 놀랍지만, 이 여정을 전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해나간 팀과 라미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나이 들고 아픈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저지르기 쉬운 잘못은 단순히 더 아프지 않게, 또는 더 이상 다치지 않게 오래 사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 이상의 것을 중요시한다.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이들의 의미 있는 인생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 『드라이빙 미스 노마』 中 p.151~152 / 『어떻게 죽을 것인가』, 가완디
시어머니인 노마 할머니와 여행을 앞두고 라미는 아툴 가완디가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고 가족끼리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고 느낀다. 여행 내내 죽음을 의식하려는 게 아니라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이미 겪기도 했고, 앞으로도 겪어야 하는 가족끼리 죽음에 대해 좀 더 편하게 대화하면서 막상 죽음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함께 겪어낼 것인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화제의 인물이 된 노마 할머니는 아들 내외가 기억하던 수줍고 나서길 꺼리던 모습 대신 각종 매스컴의 인터뷰, 해군 함정의 진수식, 퍼레이드 등에도 즐겁게 참여하고 낯선 사람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런 노마 할머니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의지가 되면서 큰 응원을 받는다.
그럼에도 결국 훌쩍거리면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지만, 할머니의 이야기는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좋은 에너지가 될 거라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