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 - 19살 단돈 50유로로 떠난 4년 6개월간의 여행이 알려준 것
크리스토퍼 샤흐트 지음, 최린 옮김 / 오후의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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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의 특성상 두꺼워도 빨리 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을 빗나가게 한 『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 여행이라는 걸 떠올리면 나는 안전하고 쾌적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더럽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안하게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은 굳이 여행으로 경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자 크로스토퍼처럼 몸이 힘들고 마음이 어지럽더라도 나름의 이유와 의미를 가지고 오지나 무전여행을 한다. 이 책은 그런 여행하고는 거리가 먼 나 같은 사람들이 마치 <정글의 법칙>같은 프로그램을 대리 체험하는 거 같은 느낌을 준다. 19살에 단돈 50유로를 가지고 비행 없이 4년 6개월의 세계 여행, 생각만 해도 아찔한가? 아니면 '나도 한번'이라는 도전 정신이 생기는가?

 

 

 저자는 전통을 그대도 유지하면서 사는 원주민들과 어울려 사냥이나 낚시를 하기도 하고 그들이 준 타액이 섞인 전통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캄캄한 밤에 불빛 없이 위험한 화산을 올라가기도 하고 맨발로 나무에서 열매를 따다가 피가 멈추지 않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비행 없이'라는 본인의 룰을 지키기 위해 태평양, 대서양 등을 배로 항해하면서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 여기서 배는 유람선이나 페리가 아니라 항구에서 본인이 원하는 경로로 이동하는 배를 선원으로서 얻어타는 거다. 그래서 한밤중에 아찔한 폭풍우를 만나 배가 뒤집힐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뜬금없이 요리사로 일하게 되기도 한다. 육로에서든 해로에서든 모든 이동을 히치하이킹으로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 상상만 해도 피곤한 사람들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래서인지 초반부에 잘 읽히지가 않아서 책 잘못 고른 거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우리의 믿음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예전에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한 적이 있다. 나는 인생은 큰 선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래서 잘 살고 싶었다. 나에게 그것은 내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가능한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우선순위에서 내 자신이 먼저였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서를 바꿔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때로는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게 내가 더 강해지고 성장해야 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이 깨달음은 나의 믿음이 되었고 그 후 내 삶을 크게 바꾸었다.


- 『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 中 p. 227

 

저자는 이 여행으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고,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한국어 등도 배웠다. 선원, 항해사, 요리사, 모델, 가이드, 어부, 배관공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실용적인 기술을 익혔고, 수많은 지역의 무수한 친구들을 갖게 되었다. 이러면 좀 부러운가? ㅎㅎㅎ

먼저 훑어본 저자에 대한 소개 끝부분에 신학을 공부 중이라는 이야기를 보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어쩌면 저자가 대학 진학도 치우고 시작한 이 여행은 진정한 진로 탐색을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저자가 여행에 들고 간 유일한 책이 성경이었다는 것이 뭔가 의미심장했다. 4년 6개월이라니 진로 탐색에 다소 긴 시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분명한 확신의 시간이라면 오히려 짧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여행을 하고 싶은가는 좀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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