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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집중의 힘 - 꾸준함을 이기는
하야시 나리유키 지음, 이정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디지털 애니메이션 과정 수료 작품을 만들 때 3일을 연달아 새벽 3시까지 작업한 적이 있다. 체력도 좋고 정신력도 훌륭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돌이켜보면 즐거웠다는 느낌이 가장 크다. 놀랍게도 피곤하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으니까... 새벽까지 작업해야지가 아니라 그냥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지났고, 그때가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몰입', '무아지경'의 집중 상태였던 거 같다.

뇌신경외과 교수였던 저자는 집중에 관여하는 뇌의 메커니즘과 그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상의 습관을 설명하며 어떻게 집중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읽다 보니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나 자신도 많은 집중력에 방해가 되는 태도와 습관을 키워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매사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하지만 속으로 계속 되새기게 되는 것은 부정적이고 시니컬한 생각들인 데다 덕분에 사소한 일이라도 결정하는데 긴 시간을 들여 고민을 거듭한다. 이런 부분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저자의 말대로 그런 생각들에 휘말릴 때 뇌의 메커니즘이 다르게 작동하도록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집중력을 무의식적으로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는 무엇이 이익이고 손해인지 따지는 사고방식이다. '이건 하는 편이 이득이겠다', '이건 해봤자 나에게 남는 게 없겠어'라는 판단의 기준을 세우면 어떤 일에서도 '이런 일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일단 손해가 없을 정도로만 해두자'하고 한 발을 빼고 주저하게 된다.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딴 생각이 끼어들게 된다.
- 『꾸준함을 이기는 아주 짧은 집중의 힘』 中 p.106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일의 중요도에 따라 들이는 노력을 분배하게 된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시간이 한정적이기에 전력투구할 일, 그러지 않을 일 등으로 나누는 거다. 그런데 저자는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고 일의 능률을 떨어뜨린다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전부 해야 하는 일들이라면 작은 일도 온전히 집중해서 빨리 끝내는 것이 뇌가 어느 순간이든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더 낫다는 것이다.
실수한 부분을 찾다 보면 '여기에서 이렇게 한 게 잘못이네'처럼 부정적인 표현이 쏟아져 나오므로 자책과 후회가 강렬해진다. 게다가 잘못한 부분을 재확인함으로써 실패한 일이 머릿속에 남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나중에 같은 상황이 일어났을 때 '또 실수하면 어떡하지', '난 못해.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뇌는 작동하기를 멈추어버린다. 반성할수록 기분은 점점 나빠지니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에 발휘할 수 없게 된다.
- 『꾸준함을 이기는 아주 짧은 집중의 힘』 中 p.111
전에 어떤 일을 그만하기로 하면서 그토록 좋아했던 일에 어떻게 이렇게 단호한 마음을 먹었는지 스스로도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데 바로 이 반성의 시간 때문이었다. 마지막 근무 현장에서 일이 마무리된 후 매일 회의를 했는데 그 시간의 대부분은 질책과 비아냥으로 채워졌다. 내내 잘못된 부분만 헤집는 이야기를 2시간이 넘게 듣고 있으면 피곤함에 짜증에 분노까지 더해져서 모든 의욕은 사라지고 나쁜 마음만 남곤 했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욕을 거르지 않고 많이 해본 시기가 없다. ㅎㅎㅎ) 이런 반성의 시간은 집중력을 기르는 데에도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제 잘못한 점만 돌아보는 습관, 혹은 회의는 버리기로 한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 저자는 집중력을 '몰입', '무아지경'에 이르게 하기 위한 습관에 대해 언급하며 이를 팀워크에 적용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일은 조직 속에서 이루어지고 그 조직에서 나만 잘한다고 해서 성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좋은 팀워크는 중요하다. 저자가 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팀을 이끌 때 리더로서 명심했던 사항들은 공감이 되면서 반드시 리더가 아니더라도 동료로서 서로 존중하고 의욕적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억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앞에 '꾸준함을 이기는'이라는 말은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을 거 같다. '긴 시간 꾸준한 노력보다 순간적인 집중이 더 낫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제목 앞에 언급된 '꾸준함'은 집중 없이 단순하게 반복되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런 집중하지 않는 반복의 시간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 책은 우리에게 작은 일, 짧은 순간에도 집중해서 전력을 다하고 그럴 수 있도록 뇌에 도움이 되는 생각을 하고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수료 작품을 만들던 때처럼 다시 그렇게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게 맞아떨어져 즐거움이나 행복감으로 채워지는 집중의 시간은 흔치 않은 거 같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떤 일이든 조금 더 의욕을 가지고 대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바꾸는 기본적인 방법은 이 책이 알려준 거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