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 형제의 민담집을 중심으로 한국, 태국, 중국, 스웨덴, 핀란드 등의 민담까지 다루며 그 속을 관통하는 인간의 성장과 사랑, 행복의 원리를 풀어 낸 『옛이야기의 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보물창고 같은 책이다. ^^
어릴 때 나는 엄마를 엄청 귀찮게 하는 이야기 중독자였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책 하나 읽어주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다른 책 읽어달라고 졸랐단다. 그 때문에 어렸을 때 집에서 정기구독했던 이야기책 같은 게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지금까지 책이, 이야기가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에게 좋은 읽을거리기도 하고 자료집이기도 하다. 실려있는 민담만 따로 정리해 두었다가 긴 겨울밤 아이들에게, 친구들에게 들려줘도 좋을 것이다.
"민간전승 문학은 인류의 모든 삶을 촉촉하게 적시는 영원한 샘에서 나오는 영원히 타당한 형식이다"
- 『옛이야기의 힘』 중 p.268, 그림형제 민담집 첫머리에

| 아쉬운 여백의 미
우리나라 국어 수업을 두고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바로 문학 작품을 다루는 방식이다. 시나 소설 안에서 어떤 단어나 상황, 물건의 의미, 상징 등을 획일적인 해석으로 가르치며 그것을 문제로 낸다. 사실 작가가 그렇게 의도했다고 직접 말한 것도 아니고, 작가가 쓴 해설집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다수의 학자의 해석을 주입식으로 정답으로 가르치는 것은, 특히 주관적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을 두고 그렇게 하는 게 -학생 때는 그저 달달 외웠지만-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책에서 옛이야기를 그렇게 일방적인 해석으로 푸는 것은 아니나 계속 읽으면서 저자의 분석을 줄이고 좀 더 독자가 상상이나 개인적인 의견을 투영할 만한 여지를 두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유적지를 돌아볼 때 가이드가 필요한 때와 그렇지 않은 시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 한 권이 아닌 한 권
읽기 전부터 예상을 했지만, 백설공주, 신데렐라 같은 친숙한 이야기부터 다양한 나라들의 생소한 민담까지 책 속에 담긴 이야기의 양은 엄청났다. 한 권을 읽었지만, 안에 담긴 다채로운 옛이야기들 덕에 몇 십 권은 읽은 거 같다. 멀리 떨어진 나라들 사이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는 것도 흥미롭고, 구전으로만 남겨진 이야기들을 직접 녹취하고 정리해서 의미 있는 작업과 연구를 하는 저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얘기하듯 그대로 사투리를 살린 구전 민담들이 실려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이전에 『모든 밤을 지나는 당신에게』를 읽으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며 치유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느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옛이야기도 같은 힘을 가졌다는 걸 새삼 느꼈다. 옛이야기들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전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을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하자면, 읽은 옛이야기가 마음에 특별히 와닿는다면 바로 뒤따르는 저자의 글을 읽지 말고 잠시 혼자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을 가지라는 거다. 그 이야기에 대한 나만의 해석이나 의미가 생길 여지를 준 후에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나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