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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평점 :
같은 이야기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영향력이 전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들었을 때는 재미도 없고 잘 와닿지 않았던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흥미진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로 새롭게 전달될 때도 있다. 이야기의 큰 틀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바로 그 차이점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 책 안에 있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은 많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많은 이야기들의 구성이 우리의 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자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몇 가지 개념이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이 우리의 뇌와 마음에 관해 연구한 내용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뇌과학 기반의 글쓰기에 대해 연구해 왔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매력적인 이야기는 변화를 암시하며 시작하고, 결함 있는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그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을 던지며 주인공이 통제력을 잃는 사건에 휘말리다가 결국은 - 여러 가지 의미에서 - 통제력을 되찾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구성은 우리의 뇌가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자극하고, 주인공과 우리를 동일시하고 응원하며 일련의 고난과 사건을 거쳐 함께 답을 찾고 변화하고 성장하게 만든다. 결국 이야기는 우리의 또 다른 생인 셈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통제한다고 믿지만 주변 세계와 사람들에 이해 끊임없이 변형된다. 차이가 있다면 이야기와 달리 인생에서는 우리가 누구인가에 관한 극적 질문이 끝내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 『이야기의 탄생』 中 p.167
우리가 행동하고 싸우고 살아가도록 이끌어주기 위해 우리의 영웅 만들기 뇌는 끊임없이 우리가 더 나은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처럼 사고하기를 바란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낙관주의와 운명이라는 착각으로 삶의 플롯을 밀고 나간다.
- 『이야기의 탄생』 中 p.234
읽으면서 잠시 뇌한테 그동안 스스로 사기를 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 그 결말들, 모두 인간의 뇌가 선호하고 추구하는 바를 그대로 따라가는 유형이었다는 생각에 영 찜찜했다고 할까.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의 뇌가 따라가는 방향을 특별하게 거스를 능력치가 나에게 있을 리가 없으니 그저 계속 다양한 이야기들을 즐겁게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
인간의 뇌가 왜,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특정한 유형과 플롯의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해가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계속 회자되는 여러 작품들이 예시로 인용되어 있는데 이미 접한 작품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아직 보지 못한 작품은 독서 및 관람 욕구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만 깨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만 갈등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만 음침한 생각과 씁쓸한 회한과 때때로 증오에 찬 자아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니며 우리만 두려운 것 또한 아니다. 이야기의 마법은 현실의 사랑이 범접하지 못할 방식으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준다. 이야기는 어두운 두개골 속에서 우리가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한다.
- 『이야기의 탄생』 中 p.266
이야기는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하여 우리를 연결한다. 같은 작품을 읽고 공감할 때의 기쁨은 크다. 그게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말이다. 이 책 덕분에 앞으로는 그런 감상에 대해서 좀 다르게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 쓰기에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글쓰기 강좌를 축소시켜 놓은 듯한 부록의 작법 설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의 구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면, 무수한 작품들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어렵다면, 이제 새롭다고 우리의 뇌를 속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