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죽였습니까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리소설 읽을 타임이 된 거 같아서 헌책방에서 사가지고 온 『아내를 죽였습니까』. 결국은 내 속만 터지고 말았다. 제목을 '속 터지고 싶으십니까'로 바꿔야 한다. 심리 스릴러라는 게 그런 부분이 있을 때가 있는데 이 작품은 정말 그 끝을 보는 거 같다.

로펌 변호사로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월터는 능력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는 부인 클라라와 숨 막히는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아름다운 집과 믿음직한 친구들, 경제적인 부까지 무엇 하나 아쉬운 것은 없지만, 사사건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는 부인 때문에 절친들과 척을 지게 되는 일이 빈번해지자 월터는 이혼을 얘기한다. 없는 여자까지 만들어 몰아붙이는 통에 싸우고 집을 비운 날, 클라라는 자살 시도를 하고 이혼 얘기는 또다시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된다. 어떻게든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던 월터는 아내를 죽이는 악몽까지 꾸게 되고, 위독한 장모님의 전보를 받고 병원으로 가던 아내는 실제로 벼랑에서 떨어져 시체로 발견된다. 무고한 월터는 사건 당일 알리바이와 숨겼던 몇 가지 사항들 때문에 계속 궁지로 몰리게 되는데...

 

 

『아내를 죽였습니까』 첫 챕터에는 실제로 아내를 죽인 키멜이라는 남자가 나온다. 나는 그래서 주인공이 키멜인 줄 알았는데 두 번째 챕터부터 등장하는 월터가 주인공이었다. 키멜이라는 남자는 정말 살인자지만, 월터는 아내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했지만 그저 합법적으로 이혼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클라라와 살 때도, 클라라가 죽은 후에도 정말 속 터지게 답답한 행보만을 거듭했던 월터는 아무래도 범인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형사 코비와 호기심에 한 번 찾아갔을 뿐인 키멜과 얽히며 마지막 챕터까지 환장의 콜라보를 완성한다.

가끔 세상일이 내 뜻과는 상관없이 흘러갈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도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그래봤다', 뭐 이런 일도 있다는 거다. 월터의 문제는 그런 행동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니 숨기고 감추다가 악수를 거듭한 거다. 주변 사람들은 월터를 의심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클라라와 사는 그의 고충의 이해하고 불쌍히 여겼으니까... 하지만 변호사인 월터는 작은 이야깃거리 하나에도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미리 너무 잘 알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달까?

읽는 동안 정말 너무 속이 답답해서 몇 번이고 책을 덮고 쉬었다가 다시 읽었다. 심지어 모두 사악한 클라라가 꾸민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녀가 언제 재등장할지 기다리기도 했다. 월터가 버렸던 신문 기사를 다시 스크랩북에 끼워 놓은 사람이 클라라고 그 기사를 본 순간, 이런 자작극을 떠올린 거라는 생각도 해 봤는데 다 아니었다. 바보, 답답이, 월터... 월터는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일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코비가 키멜을 고문하는 장면에서는 너무 심한 거 같아서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그 시절에는 그랬다고, 작가가 당시 경찰에게 자문을 얻고 확인까지 받아 책을 판매했다고 하니 놀랍다. 이전에 거의 단편으로만 접했던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유럽에서 훌륭한 심리소설가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근데 다른 장편들도 이런 스타일이면 내가 자주 읽을 수 있는 작가는 아닐 거 같다. 너무 지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