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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당 오가와 - 오가와 이토 에세이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영화로도 유명한 『달팽이 식당』의 저자 오가와 이토는 일 년의 일상을 일본과 독일의 베를린을 오가며 보낸다. 이 책은 『츠바키 문구점』을 집필할 당시 기록한 1년간의 일기로 일본의 도쿄, 독일의 베를린, 그리고 출장으로 간 라트비아 등에서 보낸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디에서 지내던 맛있게 먹기 위해 요리를 하고 반려견 유리네의 건강과 미용을 신경 쓰는 등 정말 소소한 일기구나 생각하며 읽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옮긴이처럼 나도 저자를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었고 만나면 어색함 없이 반갑게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남편,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일상의 이야기가 뭐가 특별할까 싶지만, 그 안에 있는 머물거나 방문했던 곳에 대한 그녀의 생각과 감상 등이 공감과 호기심을 만들어 내고, 때로는 조근조근 풀어내는 분노와 안타까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여행 중에 4일간 머물렀던 베를린에 대한 인상이 저자와 완전히 다른 부분이 참 신기했는데 처음에는 거주하는 것과 여행하는 것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독일 도시 중 베를린에서 가장 불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역 안에서 중딩? 고딩?으로 의심되는 남자아이들 무리에게 놀림당하기도 하고, S반 안에서는 앞에 앉은 할머니가 레이저 나올 듯한 눈으로 계속 쳐다봐서 불편했었다. 게다가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 카페에서 아무리 요청해도 빌지를 가져다주지 않는 웨이터 때문에 나름 이게 인종차별인가 싶어 안절부절하기도 했다. 물론 흡연에 대한 문제나 도심 한가운데에 큰 공원이 있고 나무가 많은 게 좋고 부러운 것 등 저자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여러 시련에도 단정적으로 베를린은 그래서 별로인 게 아니라 자신이 베를린에 익숙해져서 행동반경이 넓어져 더 다양하게 경험한 것이고 그래도 베를린이 좋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성숙한 자세가 나랑 제일 큰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일부 정치가들은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세금을 쓴다. 부디 혈세라는 사실을 잊지 않길. 그리고 정치가는 우리 세금으로 고용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일해주길 바란다.
- 『양식당 오가와』 中 p.39
어쨌든 나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싶다. 아무리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 있어도 태양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걸 깨달아서 너무 좋다.
- 『양식당 오가와』 中 p.57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저자의 정치, 역사, 원자력발전소 같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생각 등도 녹아 있다. 특히 우루과이의 전 대통령인 호세 무히카 씨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덕분에 나까지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분의 팬이 될 거 같았다.
내년은 어떤 해가 될까? 베를린에서 일어난 테러는 정말 유감이었지만, 그러나 그런 일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베를린에 사는 사람들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평소처럼 사는 것이 최고의 레지스탕스라고 생각한다.
- 『양식당 오가와』 中 p.193
소설로 만나는 작가와 에세이로 만나는 작가는 같은 사람이더라도 좀 다른 거 같다. 물론 다 그 사람 안의 모습이겠지만... 행동반경이 넓어져 만나는 새로운 베를린처럼 소설에서 반경을 넓혀 만난 오가와 이토라는 사람이 반갑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