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밤을 지나는 당신에게
캐서린 번스 엮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야기를 하는 것,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때때로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특별할 거 없다고 느꼈던 일상의 이야기이든, 일생을 바꿀 만한 멋진 경험에 대한 이야기든 모든 이야기들은 듣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힘을 발휘한다.

이 책은 1997년에 설립된 스토리텔링을 위해 헌신하는 비영리 단체 '모스(The Moth)'가 진행한 프로그램들에서 발표된 이야기들을 엮은 것이다. '모스'의 공연에서는 다양한 배경의 발표자들이 감독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다듬어서 발표한다고 한다.

책 안에는 끔찍한 학살, 전쟁, 망명 등과 같은 공포와 상처의 경험을 드러낸 사람부터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일생의 구원과 용서, 사랑의 기억을 가지게 된 사람 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몇몇 이야기들은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엄마의 집을 나섰을 때 나는 그 집에 들어갈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지낸 시기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경험이었다. 패티가 자신의 두려움을 직면하고 그것을 이겨나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무리 상황이 불리해지더라도 고개를 높이 들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없이 보여줬다.

 자신에게 남은 것이 오직 추락뿐이었을 때, 그녀는 그 사건이 자기가 정한 방식으로 일어나도록 만들었다. 그건 정말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 「대단히 중요한 사건」 中


별 거 없는 이야기로도 오랜 시간 대화가 끊이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소소한 수다는 괜히 듣는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거 같기도 하고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일인듯 싶어 그냥 마음에 두게 되는 거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지인들이랑 모여서 한번씩 미친듯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떠들었던 기억들이 그리워졌다. 이야기는 힘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그걸 이렇게 멋진 프로젝트로 만들었다는 게 놀라웠다. 전 세계적으로 늘 만원사례를 이룬다는 '모스'의 라이브를 언젠가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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