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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때문에 읽기 전까지 이 책이 여행기라는 걸 의심했다. ㅎㅎ 내 의심과는 상관없이 이 책은 저자가 캐나다에서 거주하러 가기 전까지 2달간의 여정으로 떠난 시칠리아 여행을 담은 여행기가 맞다.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기록을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 시칠리아 여행기를 읽으면서 내가 여행 에세이라고 하는 작품들에 선호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탈리아에 가보지 못한 나는 저자의 시칠리아 여행을 따라가면서 계속 스페인이 떠올랐다. 발렌시아에서 사라고사로 이동하면서 봤던 메마른 풍경들, 작지만 문화적 향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소도시들- 작가가 언급한 톨레도도 이때 이동하면서 볼 수 있었다 -, 그리고 예의 바르고 세심하고 친절했던 사라고사 사람들까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다 올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머물렀던 리파리 섬에서의 여정을 제외하고는 저자의 에피소드보다는 도시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시칠리아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는데 뒷부분은 거의 각 도시를 거치면서 그곳에 얽힌 역사적인 상황이나 인물에 대해 작가의 소회를 서술하는 글로 읽혀서 여행기를 읽는다는 재미는 좀 덜했던 거 같다. 그런데 이건 내 아쉬움이니까...
다 읽고 나니 시칠리아 여행 못할 거 같다. 연착이니, 사전 공지 없는 취소니, 이런 거 너무 스트레스다. ㅋㅋㅋㅋㅋ 예약했던 발렌시아에서 사라고사로 가는 버스가 일언반구도 없이 캔슬된 걸 알게 된 순간,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는데 여전히 나는 정해진 시간이 사전에 공지나 양해 없이 어긋나는 게 짜증이 난다. 정신 건강을 위해 시칠리아의 철도 상황이 나아지는 걸 기다리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