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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가리고 책읽는당으로 받은 책의 정체는 『버드 스트라이크』였다. 정체를 알게 되기 전에 이미 다 읽어서 제목과 저자에 대한 궁금증만 가득이었는데 상상하던 제목과는 좀 다르네. ^^
날 수 있는 익인 '비오'는 정확하게 말하면 도시 사람과 익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이다. 덕분에 날개는 다른 익인들에 비해 너무나 작고 몸집은 커서 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불행의 싹이라는 어르신들의 반대에도 비오가 무사히 태어나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임신 상태였던 어머니 시와를 기꺼이 아내로 맞아준 아버지 다니오 덕분이었다. 심해지는 착취와 파헤쳐진 무덤, 사라진 유골과 다니오의 실종에 대한 항의 시위를 위해 다른 익인 청년들과 함께 도시에 갔던 비오는 부상을 입고 붙잡히게 되지만, 도시 시행의 동생인 '루'를 인질로 삼아 탈출하게 된다. 루를 익인들이 사는 고원지대까지 데리고 온 비오. 비오의 가족들과 지장을 비롯한 다른 익인들은 큰 거부감 없이 루를 받아들여 주고, 손님으로 대접한다. 루를 구하기 위해 루의 언니 탄은 약혼자 마이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당하고 우연히 혼혈인 비오에 대해 알게 된 마이는 비오의 납치를 명령한다. 비오를 납치하러 온 군사들에게 비오의 동생 가하가 잡혀가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비오는 루와 함께 도시로 향한다.
이야기는 온통 착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모두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사람을 구해주고 그와 사랑을 나누고 자식까지 가지게 되었지만, 그 사람을 아무 망설임없이 도시로 돌려 보내주는 비오의 어머니 시와, 착취에 가까울 정도로 도시 사람들의 요구에 시달리지만 자신들의 터전에 온 도시인 루를 아무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어울리는 가하, 지요를 비롯한 익인들, 혼혈인 비오에게 결국은 이행식을 허락하는 지장님, 그리고 갑작스럽게 생긴 배다른 동생이지만 루를 아끼고 위해 주는 탄 등... 루의 배다른 오빠로 도시의 시행인 휴고의 까칠한 태도도 결국은 루와 그 어머니 아마라를 다른 친척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이 착한 사람들이 모인 안에서 이야기가 너무나 마음 아프게 흘러간 것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비오, 그 어머니 시와가 불쌍해서 할 말이 없었다. 비오에 대한 루의 사랑과 희망은 가슴 뻐근하게 따뜻하고 순수했지만 나는 비오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를 원할까 싶었다. 대체 마이는 왜 그랬을까? 사실 마이가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좀 확실하게 보였으면 덜 안타까웠을 텐데 온통 착한 사람들로 가득한 이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돌연변이 같은 마이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답이 안 나오는 인물이었다. 마이의 아버지 유안은 우유부단하기는 해도 자식에 대한 애정은 확실히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대체 마이의 삐뚤어진 심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마이를 면회 간 탄이와의 대화를 보고 있으니 탄이한테 화가 나기도 했다.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도 그저 밝고 맑고 밍숭맹숭하게 흐르지는 않는다. 이야기 안에는 로맨스뿐 아니라 서스펜스도 스릴도, 나름의 액션도 존재한다. 비오에게 닥친 고난이 다소 가혹하다는 느낌인 만큼 마이에게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익인들과 그들이 사는 마을, 홀림목 숲, 금곡조, 은각마 등을 상상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행식 비행의 절벽 장면에서는 영화 <아바타>가 잠시 떠오르기도 했다. 결국 루는 비오와 만났을지, 비오의 모든 상처는 루의 순수한 사랑으로 치유되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