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휴 직전에 친구에게 빌려온 3권의 책 중에 하나였던 『아가씨와 밤』, 작가의 전작 『브루클린의 소녀』를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기대가 되었다.

모교인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의 체육관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게 된다는 뉴스에 오랜 친구인 토마와 막심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의 죄가 곧 세상에 드러나게 될 거라는 불안감을 안고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한때 토마의 여자친구였던 파니까지 모두 과거와 관련된, '복수'라는 글자에 밑줄이 그어진 신문 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세 사람은 자신을 위협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파헤치기 시작하고 토마의 어머니인 안나벨, 막심의 아버지 프란시스까지 연관된, 모두의 인생을 바꾼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된다.

과거 때문에 불안해하며 동창회에 가는 토마의 모습에서 기시감이 느껴진 것은 이전에 읽은 『죽은 친구의 초대』와 비슷한 내용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창시절의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고 죄책감과 불안감을 안고 살던 주인공이 위협을 받게 되고 동창 모임에 참석하여 과거를 알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결국은 사건 이면에 숨어있던 진실에 이르게 되는...

기욤 뮈소의 책은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다. 이 책도 조금만 읽고 자야지 하면서 결국 다 읽어버렸으니까... 이런 장르를 참 잘 다루는 작가이고, 영화나 드라마화 된 작품도 많은 대중적인 이야기꾼임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비슷한 구조나 모티브를 가진 이야기를 연거푸 읽은 탓에 나는 김이 좀 샜고, 모든 사건의 이면에 숨어 있는 오래된 불륜으로 인한 막장의 향기가 편하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사랑이라는 이름의 불륜으로 결국은 아이까지 낳고, 그 아이를 다른 사람의 아들로 키우며 종국에는 그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허울 뿐이었던 아버지라는 이름의 희생을 요구하는... 마지막에 소설가로서의 기록이랍시고 토마가 적은 빙카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참 인물들 모두 제각기 지독히도 이기적이다 싶었다.

대체 빙카는 왜 그 밤 토마에게 연락을 했을까? 토마의 부모님을 유혹하고 협박한 게 미안해서? 진심 사랑하던 연인이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하도록 시킨 걸 동정받고 싶어서? 아니면 자신을 짝사랑해 온 토마를 다른 방향으로 이용하고 싶어서?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사실 빙카가 토마에게 연락하지만 않았어도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는, 적어도 하나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토마, 막심, 파니는 평온한 삶을 이어갔겠지.

진실이 무엇이든 결국 무고한 사람을 죽인 토마와 막심이, 각기 베스트셀러 작가와 정치가로서의 탄탄한 행보를 이어나가는 것도 웃긴다.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으로 지켜낸 인생이니까 그렇게 살아남아 보답해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한데 이걸 진정한 사랑과 희생으로 볼 수 있을까? 만일 부모님이 이런 희생과 사랑을 보여준다면 나는 그 댓가로 얻은 남은 인생을 절대 당당하게 살아낼 수 없을 거 같다.  

작가가 자신이 자란 곳을 배경으로 구성해낸 첫 소설인 거 같은데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이미 6부작 드라마로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하니 내 아쉬움은 그저 내 아쉬움일 뿐이겠지만... 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