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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평점 :
우연히 브런치에서 읽은 글에서 발견하고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독서 모임의 4월의 책으로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몰랐는데 마케팅 관계자들이 많이 읽는 책이란다.
저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당장에 사라질 거 같았던 아날로그의 새로운 대두에 대해 사물과 아이디어 두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 한다. 사물 파트에서는 10~20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나서 판매가 들어나고 있는 레코드판, 당장 사라질 거 같았지만 여전히 건재한 종이,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필름 산업, 보드 게임을 다루고, 아이디어 파트에서는 차별화와 고급스러움으로 재포지셔닝 되고 있는 인쇄물, 최고 점유율의 전자상거래 기업도 최근에 만들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 그리고 기계와 다른 인간의 노동력이 갖는 의미와 활용이 가져올 수 있는 확장, 디지털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교사들의 역할, 아날로그적인 공간이나 콘텐츠에 관심을 쏟는 실리콘밸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막연하게만 느꼈던 것들이 명확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 그리고 정상이 아니라고 느꼈던 것들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알 수 있었고, 몇몇은 아직 우리나라 상황과는 좀 다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미국에는 기술 격차가 없어요." 구아리노가 말했다. "가치 격차가 있는 거죠. 남들이 가치를 두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의 직업이 배관공이라고 하면 그가 충실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려 하지요. 잘못된 가치 평가예요."'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두 가지 유형의 일자리 창출에 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나 CEO 같은) 꼭대기에 있는 몹시 특화된 직업과 (폭스콘의 휴대전화 조립 기술자와 아마존의 창고지기 같은) 바닥에 있는 보수도 낮고 기술 숙련도도 낮은 일자리.'
- 2부 아날로그 아이디어의 반격, 7장 일 中
세계적으로 거의 그런 거 같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디지털 테크놀로지(기술)에 대한 쏠림이 심하다. 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거나 그 기술로 정책이나 여타의 것들이 수립될 때 그것이 우리의 삶을 결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생각이 단 한번도 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찾은 거 같다. 정부 지원은 물론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개편까지 -심지어 별다른 논의 없이 대학의 학과통폐합까지- 이끌어내는 그 새로운 디지털 테크놀로지라는 것이 그렇게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이고 더 발전적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없이 온 사회가 밀어붙이기에 바쁜 모양새가 정말 골때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일자리 창출을 공공에서 밖에 할 수 없는 거다. 바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각종 모양새 좋은 이름으로 그렇게 좋아하며 밀어붙인 디지털 테크놀로지라는 것 때문에... 사람이든 기술이든 정확하게 필요한 자리가 있는 법인데 쯧...
'20년에 걸친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특정한 과목, 학습 도구, 교실 등이 아니다. 내가 받은 교육에 생기를 불어넣고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은 선생님들이었다. 그 덕분에 오랜 기간 딱딱한 의자와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해서도 배움에 대한 나의 열정은 지속되었다.'
- 2부 아날로그 아이디어의 반격, 8장 교육 中
우리는 새로운 것, 그리고 기술이라는 것에 집착해서 가장 중요한 인간을 잊었다. 아무리 새롭고 좋은 게 있어도 그것을 사용할 인간이, 그것을 소비할 인간이 없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과 그 인간을 움직이는 관계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나는 디지털 기술을 싫어하지 않는다.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이 나오면 배우고 싶어하고, 곧잘 다루는 편이다. 그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흥미롭기도 하고, 정체되지 않고 안주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일단 그런 프로그램들로 일을 하고 나면 컴퓨터를 다시 켜지는 않는다. 내 여가시간의 대부분은 아날로그로 채워진다. 책도 종이책으로만 보고, - 책에서 나는 냄새, 그리고 종이를 넘기는 데서 오는 안정감으로 인해 종이책으로 보지 않으면 읽은 거 같지가 않다- 손으로 그리고 자르고 만든다. 그렇게 집중하고 나면 가끔 몸이 피곤하기는 하지만, 머리도 마음도 가볍고 편안하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