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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인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평점 :
헨더슨은 부인과 싸우고 집을 나선 후 우연히 들어간 술집에서 모자 때문에 눈에 띄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부인과 하려고 했던 식사와 공연 관람을 그녀와 하기로 하고 이름이나 일체 개인 정보는 교류하지 않기로 하는데... 그녀와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찰이었다. 그의 넥타이로 잔인하게 목이 졸려 살해된 부인의 살인범으로 의심받게 된 그는 알리바이를 위해 이름 모를 여자와 함께 했던 일정을 형사들과 되짚어 가지만, 술집과 식당의 종업원들, 그리고 택시 기사까지 모두 그가 혼자였다고 진술한다. 애매모호한 알리바이, 그리고 아름다운 아가씨 캐럴과의 불륜으로 부인과 이혼하려고 했던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꼼짝없이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게 된 헨더슨에게 사행 집행 21일 전에 자신을 수사했던 형사 버지스가 찾아와 도와줄테니 무죄를 밝혀줄 조력자를 부르라고 한다. 헨더슨은 형제처럼 가깝게 지냈지만 일 때문에 남미로 떠난 롬바드에게 반신반의하며 도움의 편지를 보내고 사행 집행 18일 전에 친구 롬바드가 그를 만나러 감옥으로 온다. 버지스, 롬바드, 그리고 변함없이 헨더슨을 사랑하는 캐럴까지 세 사람은 진범을 찾고 헨더슨을의 무죄를 밝혀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헨더슨의 편지에 한걸음에 달려온 롬바드를 보면서 과연 나에게는 저런 친구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에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먼저 읽었던 『노란 방의 비밀』처럼 세계 10대 추리소설 목록 안에서 구입했던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꼬박 다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헨더슨이 만났던 여자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이 여자의 행적을 이리도 철저하게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한 데다가, 숨겨진 목격자들을 어렵사리 찾아낼 때마다 기막힌 타이밍으로 죽음을 맞는 통에 형사 버지스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왜 헨더슨의 부인이 죽어야 했는지 이 사건의 배경에 혹시 더 큰 음모가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어서 좀처럼 읽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책을 덮으며 역시 10대 소설인가 싶었다. (나중에 보니 3대 추리소설에도 이 작품이 들어가는 거 같다.)
부인을 두고 불륜을 저지른 헨더슨이 잘한 건 없지만, 부인도 불륜이었던 데다가 그것도 헨더슨이 알게 되면 가장 크게 상처받을 인물을 골랐다는 점에서 상호 간에 잘한 건 없는 듯... 물론 부인이 그렇다고 죽어 마땅하다는 건 아니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나면 캐럴의 어마어마한 사랑에 감탄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헨더슨은 정말 복받은 사람이다. 사행 집행을 앞두고 헨더슨을 찾아왔을 때만 해도 버지스 형사한테 그걸 이제 깨달았냐고 소리지르고 싶었고 롬바드와 캐럴을 같이 활동하게 만들지 않고 왜 위험을 자초하나 싶었는데 이분 나름 영특한 형사였다. ㅋㅋㅋ
1944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어떨지 궁금하다. 지금 누가 다시 만들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 날씨가 조금 있으면 '더워더워더워'하는 타이밍인데 잠이 오지 않는 밤 시원하게 읽을 만한 추리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