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런 류의 책들이 그렇듯, 다소 뻔할 거라는 예상을 여지없이 깨버린 책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나니 작가가 너무 궁금하여 자그마한 책방에서 진행되는 작가와의 북토크를 신청해서 갈까 망설이다가 사무실이 정신없이 몰아치는 시점이여서 그거는 포기했다. 책을 구매하는 계기가 된 인삼밭의 고구마 이야기는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를 단순하지만 바로 콱 꽂히는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어서 정말 좋았다. 인삼밭의 고구마가 행복한 이유는 그냥 나여서였다. 인삼밭의 인삼이여서,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래서 인삼이 와서 너는 인삼이 아니라 고구마라는 출생의 비밀(?)을 알려줬을 때도 상관없이 여전히 행복한 고구마가 될 수 있었다.

친구랑 서점을 둘러보다가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라는 제목의 책을 보았다. 표지만 본 건데 보자마자 친구가 한 말이 '나는 뭐가 되고 싶은데!'였다. 그 순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친구와 나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뭐가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이미 나인데 뭐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이 얘기를 듣고 어무니가 나한테 욕심이 없어서 큰일이라고 하셨다. ^^;;; 아니 내가 나로 살겠다는 게 욕심이 없는 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뭐가 되고 싶다는 것은 흔히 직업에 따른 직함을 갖겠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앞으로 장수하게 될 인류가 평생 7가지 정도의 직업을 전전하게 될 거라는데 그 직함이라는 게 달라진다고 해서 알맹이인 '내'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 그 직업에 따라 '나'라는 사람이 휙휙 바뀐다면 그게 더 무서울 듯, 다중인격도 아니고... 아마 그 직함에 따르는 사회적인 지위나 권위, 권력, 명예, 뭐 이런 게 필요한 모양인데 그런 게 없어도 당신은 충분히 당신 자신으로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보다 당신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당당해지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우리나라처럼 남의 눈 의식하고 사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런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이해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러니 어느 방향이든 당신이 행복한 쪽으로 살라고 , 나는 따로 뭐가 되고 싶지 않지만 당신이 뭐가 되고 싶다면,그 또한 진심으로 응원하겠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그러니 당신도 뭐가 되고 싶지 않은 나같은 사람을 함부로 우습게 보거나 당신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진심으로 공감하며 빵빵 터지는 순간이 자주 온다. 마치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등의 박명수 어록같은 얘기들이 좀 더 생활밀착형으로, 좀 더 공감되는 경험담으로 구성되어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기 전에는 놓을 수가 없다. 모든 일이 닥쳤을 때는 정말 큰일같고, 어렵고, 막막하고,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지만, 한 발만 물러서서 바라보거나, 지나고나서 생각하면 왜 그렇게 안달복달, 애걸복걸했던가 싶다. 사실 그러지 않아도 해결했을 것이고, 지나갔을 일일텐데 말이다. 어쩔 수 없을 땐 어쩔 수 없다고, 괜찮지 않을 땐 괜찮지 않다고 얘기하자. 그리고 누구보다,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하루하루 애쓰고 있는 나한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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