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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방의 비밀 - Mystery Best 3
가스통 르루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뮤지컬로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을 나는 책으로만 보았다. 뮤지컬이 하도 유명하여 그 OST 몇 곡은 알고 있지만, 그게 다다. 솔직히 말하면 책을 읽고나서는 뮤지컬을 보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 내용이 나쁜 것은 아니나 뭔가 어수선하고 부산스러운 작가의 문체가 읽는 내내 거슬려서 책을 다 읽고 난 뒤 뮤지컬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에 같은 작가가 세계 10대 추리 소설-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이라는 『노란방의 비밀』을 썼다는 걸 알게 되어서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고명한 과학자인 스탕제르송 박사는 하나뿐인 딸과 중요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여느 때와 같이 실험실에서 같이 연구를 진행하던 딸이 잠자리에 든 노란 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 안에서 굳게 잠겨있던 방문을 가까스로 부수고 들어가보니 딸은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다. 창문과 문이 완전히 잠겨있던 방은 완벽한 밀실이었고, 방문을 부수고 들어간 뒤에도 숨어있거나 도망가는 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스테리를 파헤치기 위해 혈기왕성한 애송이 기자 조셉 룰르타뷰가 사건 현장으로 향하고 프랑스 경시청의 명탐정 프레드릭 라르상도 급파된다. 완벽한 밀실이었던 노란 방에서 범인은 어떻게 도망친 걸까?
발간 당시에 치밀하게 짜여진 밀실 추리로 숱한 화제가 되었다는 이 책의 도입부를 읽다가 이전에 추리 소설 모음집에서 읽었던 것인가 싶었는데 중반을 넘어서니 점점 다른 내용이여서 안도(?)했다. 노란 방은 완벽한 밀실이었고, 사건은 사실 밀실이 되기 이전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구성은 좋았다. 제목과는 달리 노란 방에는 비밀이 없었다. ^^ 비밀 통로, 계단이나 따로 설치된 장비나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은 어두운 조명과 타이밍이 만들어낸 오해였달까... 사실 비밀은 라르상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었다. 제목이 '라르상의 비밀'이 되어야 맞을 듯... 죽을 고비를 두번이나 겪은 스탕제르송 박사의 딸 마틸드와 그 약혼자 로베르의 태도를 보면서 과거 남자의 냄새가 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얘기가 마침 그렇게 풀려서 좀 놀랐다.
문제는 이 책도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문체가 넘 부산스럽다. 옛날 무성영화를 해설해주던 변사(辯士)가 생각나는데 이 때문에 읽는 내내 김이 세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이유로 어떻게 벌어진 사건인지, 그리고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 룰르타뷰가 어떠한지를 독자가 느끼기 전에 화자가 먼저 어떻게 이런 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렇게 엄청나게 호들갑을 떠는 느낌이라 재미가 반감된다. 작가가 무슨 의도로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이 책은 낭독용인가 싶었다. 그렇다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