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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ㅣ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출판사 : 검은숲
지은이 : 요코야마 히데오
작가소개 : 1957년 도쿄 출생. 12년간 신문기자로 근무. 기자생활 틈틈이 습작한 <<루팡의 소식>>으로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가작을 수상한 후 퇴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다가 <<그늘의 계절>>로 마쓰모토 세이초 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었다.
<<사라진 이틀>>이 '가장 중요한 설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나오키 상 최종심사에 탈락했음에도 각종 미스터리 문학상 1위를 거머쥐며 베스트셀러가 되자 평론가들이 독자까지 비판. 이에 작가는 나오키 상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진한 휴머니티와 기자 시절의 경험이 반영된 사회성 강힌 소설을 발표, 대부분 영상화되며 일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건강 악화로 몇번이나 개작한 끝에 완성한 [64]가 2012년 최고의 소설로 평가받으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이 책을 받아본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의 분량이 아무리 몰입감 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라 할지라도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선뜻 책을 펼처볼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계속 미루며 많은 시일을 보냈다.
책의 첫 머리는 소녀의 시신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과거 형사부에 근무했던 미카미의 현재 자리는 홍보실. 자신을 닮은 얼굴을 비관하던 딸이 이내 가출해 버렸고, 미카미는 자신이 속한 조직인 경찰이라는 직업의 특혜로 전국의 사망자 중 아유미(가출한 미카미의 딸)와 비슷한 또래의 소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아내와 함께 시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시작은 이번에 발견된 소녀 역시 아유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며 안도라고 해야할지 실망이라고 해야할지 감정을 한 갈피로 정의하지 못한채 미나코(미카미의 아내)와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아유미는 가출을 하기전, 마음과 함께 방문도 굳게 걸어 잠궜었다. 상담사와의 마지막 상담에서 더이상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집을 나가 연락이 닿지 않는것이다.
미카미는 형사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오다, 부당한 (적어도 미카미의 견해로는)인사이동으로 인해 홍보실에 근무하게 되었다.
언젠가 형사부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져버리지 않았고, 이후 돌아가게 되었지만, 그의 홍보실 근무 경력은 형사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전과'로 작용했고, 다시 한번, 부당한 인사이동으로 인해 홍보실로 돌아오게 된 참이었다.
아내 미나코는 아무말 없이 끊어지는 전화에 신경이 곤두서서 하루종일 전화만 기다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고, 미카미는 딸을 찾는 일에만 몰두할 상황이 아니다.
차가운 철재 침대위에 누워있는 시신이 아유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며 확인을 위해 길을 나설때 조차도, 그의 사무실에는 기자들이 몰려왔었다.
경찰청장의 시찰이 확정되면서 수면아래 가라앉아 있던 '64'라는 유괴사건이 떠오르게 되고, 미카미는 '홍보담당관'이라는 직책때문에 64사건의 피해자인 쇼코의 아버지 아마미야 요시오를 찾아가게 된다.
경찰청장의 방문과 기자들의 취재에 대한 동의를 얻고자 찾아간 아아미야에게서 경찰에 대한 적대감, 또는 실망감을 확인한 미카미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게되면서 이후 조직내에서 이미 엉켜있거나 엉키고 있는 실마리를 풀기위해 고군분투 하게된다.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소설이다.
딸의 가출이 직장내에서 자신의 약점으로 작용하는 대목은, 어쩌면 미카미의 개인적인 상황이라기 보다는 유괴나 납치로 인한 고통을 겪는 유가족, 또는 피해자 가족들이 사회를 통해 겪게 되는 불이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물론 그 불이익은 무관심으로 부터 시작하리라.
처음에는 경찰의 비리 (목적이 금전이든 권위이든)나 허술한 수사방식에 대한 비판을 담은 내용인가 할 정도로 경찰 내부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미카미가 홍보담당관으로서 기자들과 대립하고 갈등하는 부분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할 정도로 세부적인 묘사가 많은데 유괴나 납치에 관한 대목이 아니더라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미스터리 소설의 특성상 결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분히 읽어나가기가 힘든 편이었는데, 열거한 저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래서 아유미는 찾았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경험은 없다만 내 가족이 가출을 해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아버지 또는 남편이라는 이유로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해도,
연락만을 기다리며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 있을까?
간혹 미카미의 심리상태에서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라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가 보이는 태도는 하나뿐인 딸의 가출에 반응하는 부모의 태도라 보기가 조금 어려웠다.
반면 아마미야는 사건 이후 딸과 아내를 한꺼번에 잃고 텅빈 눈을 가진 노년의 사내가 되었다.
닳아서 피고름까지 맺힌 그의 두번째 손가락. 미카미와 같은 심리상태를 갖은적이 과연 그에게도 있었을까?
그는 고다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미지의 인물이었다. 작가의 힘으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과묵한 인물로 그려저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었다. 반면에 갈증을 해소할만한 여지가 있었다면 조금은 시시하게 다가올 수도 있었겠다 하는 이중적인 생각이 든다.
아마미야가 범인을 향해 하는 복수가 마지막 즈음에 그려지는데, 조금만 더 힘을 실어 극적으로 표현되었다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재밌는 사실은 나의 이런 욕구를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화로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소설 속 인물들이 느끼는 그 아쉬움은 곧 작가의 생각일테고, 독자가 그런 갈증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계산 하에 씌어진 대목일테니, 감안하고 서라도 그렇게 마무리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기전에 느꼈던 부담이 초중반부에서 부터 사라지고 어느덧 빠져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유괴나 가출을 소재로 한 책이지만 책은 소재는 소재일뿐, 그것을 재료로 전혀 다른 형태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전혀 보편적이지 않은 주제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적인 묘사가 많은 이야기 이면서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본분은 잃지 않는 이야기 구성. 마지막 즈음에 64사건의 범인이 몸값을 불태우는 장면은 소름돋을 정도로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소설을 좋아하지만 미스터리 소설은 처음 접했는데 앞으로 종종 이런종류의 미스터리 소설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10년에 이은 집필로 탄생한 소설이라는 소개 때문에 많은 기대를 했고, 그 방향은 다르지만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감탄할 정도로 멋진구석이 많은 소설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개개인마다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 않을까 싶은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느 순간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책속에 푹 빠져들고 싶다면 강추할 수 있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최근 주목받았던 웹툰 중 '미생'이라는 웹툰이 있다. 바둑만이 인생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좌절끝에 한 조직의 일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겪게되는 일들이 내용의 주를 이루는데, 그의 삶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교훈을 얻게되는 내용이다.
64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는 그 부분에 대해 부각시키지 않았다. 절묘하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소재로만 사용했을 뿐.
오히려 조직에서 살아남기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미카미의 심적인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 또는 자신을 위해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결국은 조직을 위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 같아 쉼없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수도 없이 되뇌이게 되는 소설. 에피소드가 아니라 삶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소설. 그게 바로 64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