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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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관계, 시간, 자유의지에 관한 물리학적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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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부터 한 사람이 되는 걸까.

태어났을 때부터일까.

이름을 얻었을 때일까.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 주었을 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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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베이스에서 한 사람은 하나의 행으로 표현된다.

나이, 성별, 행동, 구매 기록, 방문 횟수.

수많은 정보를 연결하면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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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이 생긴다.

한 사람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정말 같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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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의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는 질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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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출발한 책이지만 내가 오래 붙잡은 것은 인간에 관한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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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계속 발생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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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벨리는 우리 자신을 고정된 실체가 아닌 시간 속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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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성격이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고 저 사람은 성실하며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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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판단은 살아 있는 인간을 한 시점에서 정지시킨 사진과 닮았다.

어제 실패했던 사람이 오늘 새로운 선택을 한다.

과거에는 두려워했던 일을 내일은 용기 있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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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알고 있는 누군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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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가장 부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너무 빨리 이해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과거의 기록이 있지만, 기록이 앞으로의 모든 가능성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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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데이터는 진실이 남긴 흔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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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흔적이다'라는 제목은 데이터 분석가인 내게 유독 무겁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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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많아질수록 객관적인 세계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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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고객의 이탈 기록에는 서비스를 떠난 이유가 온전히 담겨 있지 않다.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 수 있어도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는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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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거짓말하지 않을 수 있다.

숫자를 선택하고 해석하는 인간은 얼마든지 중요한 것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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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한 사람의 글과 행동을 분석해 취향과 성향을 예측한다고 해보자.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예측은 특정한 자료와 조건에서 만들어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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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사람 자체는 아니다.

책에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경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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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누군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을 정의할 권리까지 얻었다는 뜻은 아니다.

기술이 인간을 정교하게 분류할수록 분류되지 않는 부분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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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관계는 우리를 만들지만 모든 관계가 성장시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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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자는 따뜻한 메시지를 예상할 수 있다.

로벨리의 논의는 근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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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 양자역학에서 중요한 것은 사물의 성질을 다른 물리적 계와의 상호작용과 떼어 놓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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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적 설명이 인간관계의 윤리까지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철학적 비유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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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이해한다.

어떤 사람 앞에서는 솔직해지고 어떤 환경에서는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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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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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우리를 성장시키지만 가능성을 제한한다.

사회적 편견과 조직의 평가 방식 역시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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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좋은 관계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가 아니다.

상대방이 아직 보여주지 않은 가능성까지 함부로 지워 버리지 않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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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모든 관계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을 훼손하는 관계에서는 벗어날 자유도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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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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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벨리는 엔트로피와 시간, 인간의 숙고를 연결하며 미래의 열림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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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과 투자의 공통된 한계를 떠올렸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를 연구한다.

과거를 아무리 정밀하게 분석하더라도 미래가 과거의 복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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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선택이 오늘의 조건을 만들었지만 오늘의 숙고 역시 내일의 조건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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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자유의지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책의 논의 역시 물리학과 철학 사이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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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게 중요한 것은 명확했다.

미래가 이미 완성된 정답이라면 정답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내는 존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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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가 불확실해서 두려운 순간보다 미래를 이미 안다고 착각했던 순간을 더 경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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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지성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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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처럼 서로 다른 설명의 층위를 연결하는 데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다고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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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미완성은 새로운 발견의 기회라는 태도다.

내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분석의 자세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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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부족하면 더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설명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면 자신의 가설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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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보다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을 더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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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성이란 얼마나 많은 정답을 소유했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확신을 얼마나 정직하게 수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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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관계적 세계관에서 인간의 자유와 윤리로 이어지는 논의는 여러 번 생각을 멈추고 검토해야 할 만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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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좋았다.

나를 쉽게 설득하는 책보다,

내가 당연하게 믿었던 전제를 의심하게 만드는 책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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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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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쉽게 판단하는 태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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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리를 이름과 경력, 성과와 실패로 기억한다.

모든 기록은 살아 있는 존재의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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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지 묻는 질문에는 언제나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

아직 내리지 않은 선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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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완성된 사람이 되기보다 계속 수정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서로를 통해 아직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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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때문에 나는 사람을 공부하고,

데이터를 의심하고,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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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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