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타이거!
앨프리드 베스터 지음, 해도연 옮김, 듀나 해설 / 다산책방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

​


​

​

앨프리드 베스터 타이거! 타이거!

우주도, 순간이동도, 전쟁도 아니었다.

​

한 사람이 무언가를 미워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

​

타이거! 타이거!의 시작은 단순하다.

​

25세기.

우주선 노마드호에 홀로 남겨진 삼등 항해사 걸리버 포일은 170일 동안 죽음 가까이에서 버틴다.

​

그러던 중 구조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지나가던 보르가호가 그의 구조 신호를 발견한다.

​

그냥 지나가버린다.

포일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

큰 야망도 없고, 대단한 능력도 없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도 없다.

‘평범함조차 특징이 되지 못하는 인간’처럼 묘사한다.

​

버림받은 순간 한 가지가 생긴다.

복수다.

​

보통 좋은 목표가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한다.

꿈이 있어야 노력하고,

의미 있는 목적이 있어야 자신을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

포일은 정반대다.

증오였다.

​

복수하기 위해 배우고, 생각하고,

몸을 단련하고, 언어를 익히고,

사람을 읽는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던 인간이

누군가를 파괴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한계를 계속 넘어간다.

​

읽으면서 불편했다.

불편함 때문에 생각하게 됐다.

사람을 바꾸는 힘은 반드시 아름다운 감정이어야 하는가.

​

돌이켜보면 삶도 꼭 그렇지 않다.

​

모욕을 당해서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도 있고,

가난이 싫어서 돈을 벌기 시작한 사람도 있으며,

실패한 자신이 싫어서 운동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

어떤 사람은 사랑보다 열등감 때문에 더 멀리 간다.

감정에는 도덕이 있지만 에너지에는 도덕이 없다.

​

분노도 인간을 움직인다.

어디로 움직이느냐다.

​

이 지점에서 포일을 보며 생각했다.

복수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키웠지만,

복수의 대상보다 자신이 더 커져버린다.

​

처음에는 보르가호 하나만 파괴하면 되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계속 변화하다 보니 기업과 전쟁,

권력과 인류의 미래까지 그의 삶 안으로 들어온다.

목적이 인간을 성장시켰는데

성장한 인간이 처음의 목적을 초과해버린 것이다.

​

책에서 가장 좋았다.

삶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

처음에는 취업하려고 공부했던 기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투자가 인간의 탐욕과 공포를 공부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조직과 사람을 보게 된다.

​

시작의 이유와 도착의 이유는 같을 필요가 없다.

성장이란 처음 품었던 목적을 끝까지 잘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한 자신이 과거의 목적보다 커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타이거! 타이거!는 ‘인간의 목적이 어떻게 진화하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포일을 성장 서사의 멋진 주인공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

폭력적이고 잔혹하며 타인을 수단처럼 취급한다.

지금의 감각으로 읽으면 인물과 여성에 대한 몇몇 묘사는 상당히 불편하다.

​

불편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베스터는 좋은 사람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위험한 인간에게 엄청난 능력이 생겼을 때 무엇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

능력의 발전과 인간의 발전은 같은 것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했다고 사회가 성숙해지는 것도 아니다.

​

25세기의 사람들은 순간이동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얻지만 범죄와 통제,

계급과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오래된 인간의 욕망과 결합하면서 더 기괴한 세계가 만들어진다.

지금과 닮아 있다.

​

AI가 발전한다고 인간이 더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다고 좋은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은 인간을 대신해서 성숙해주지 않는다.

​

기술이 인간에게 주는 것은 새로운 능력이다.

능력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는 인간에게 남는다.

​

책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파이어 같은 무기도, 행성 간 전쟁도 아니었다.

능력을 얻은 인간이었다.

가장 희망적인 존재 역시 인간이었다.

포일은 분노에서 시작한다.

​

분노는 움직였고, 움직임은 변화시켰으며,

변화한 인간은 처음 자신을 움직였던 분노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

구원에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구원은 자신을 움직이던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

책을 읽고 제가 해보고 싶은 행동은 거창하지 않다.

요즘 나를 움직이는 감정이 무엇인지 한번 적어보는 것이다.

욕심인지, 두려움인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지, 분노인지.

​

더 묻고 싶다.

“이 감정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는가?”

​

나쁜 감정이라고 무조건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연료와 목적지는 구별해야 한다.

​

포일의 문제는 분노했다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분노가 목적지까지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었다는 데 있었으니까.

​

타이거! 타이거!는 오래된 SF인데 낡았다는 느낌이 적었다.

많은 능력을 너무 빠르게 얻게 된 지금의 인간에게 묻는 소설처럼 느껴졌다.

​

점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그래서 어떤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가.”

​

책을 읽고 인간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됐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이어 읽으면 ‘복수하는 인간’이라는

오래된 서사가 SF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읽으면 타이거! 타이거!에서 보았던

기술·자본·신체·인간 욕망의 결합이 훗날 사이버펑크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 볼 수 있다.

​

앨프리드 베스터의 파괴된 남자는 같은 작가가 인간의 정신과 사회를 어떻게 다르게 상상했는지 비교하기 좋다.

​

다른 방향에서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추천하고 싶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이 새로운 능력과 가능성을 손에 넣었을 때 책임 또한 함께 커지는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

​

​

복수로 출발한 인간이 결국 복수보다 커지는 이야기. 타이거! 타이거!에서 가장 먼 여행은 인간 내부에서 일어난다.

​

​

​

#타이거타이거 #앨프리드베스터 #SF소설추천 #고전SF #SF명작

#사이버펑크 #스페이스오페라 #과학소설 #책추천 #소설추천

#책리뷰 #서평 #독서 #독서기록 #다산책방 #복수소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