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 재밌었어 - 몰입은 있고 과로는 없는 하루
브리 그로프 지음, 이도(김태준)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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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할 때 “오늘도 버텼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일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월요일을 견디고 금요일만 기다리는 직장인, 성과와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는 팀장에게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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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그로프의 <오늘 일, 재밌었어>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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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일은 원래 힘든 것’이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믿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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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기 때문에 월급을 받는다는 말도 흔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전제를 뒤집는다.

우리가 돈을 받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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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대목에서 ‘재미’를 쾌락과 구분해서 읽었다.

일이 재미있다는 것은 매일 웃고 신나는 상태가 아니다.

내가 한 행동 때문에 전에는 없던 무언가가 생기고, 누군가의 문제가 조금 줄어들고,

어제보다 나은 변화가 만들어지는 감각에 가깝다.


 

데이터 분석도 그렇다.

SQL 자체가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흩어진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 누군가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일은 ‘노동시간’에서 ‘변화를 만든 시간’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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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변화가 보이는 일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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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는 ‘차이’와 ‘결함’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복장, 말투, 일하는 방식처럼 조직이 쉽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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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입든 편한 바지를 입든 중요한 것은 관행을 따르느냐가 아니라 결과의 질을 떨어뜨리느냐다.

회사에는 생각보다 많은 ‘가짜 규칙’이 있다.

늦게까지 남아 있으면 성실해 보이고,

회의에서 말을 많이 하면 적극적으로 보이며,

상사의 방식과 비슷하면 적응력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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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의 수준은 규칙이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차이와 결함을 구분할 수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좋은 동료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저자는 상대를 먼저 좋은 사람이라고 가정해보라고 말한다.

나는 일종의 조직 운영 알고리즘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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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원래 문제야”라고 결론 내리면 분석은 끝난다.

반대로 “좋은 사람인데 왜 지금 이런 행동을 할까?”라고 묻는 순간

역할, 업무량, 자신감, 역량, 관계 같은 원인을 탐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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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는 것은 감상이 아니라 더 정교한 원인 분석의 출발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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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말고도 저축해야 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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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돈만 저축하며 살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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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을 모으는 데는 진지하지만

즐거움, 건강, 관계, 기억을 모으는 일에는 자꾸 “나중에”라는 말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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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벌고.

이번 프로젝트만 끝내고.

이번 평가까지만 버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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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실패가 아니라 ‘연기’인지도 모른다.

행복을 계속 미래로 이월하다 보면 통장에는 자산이 남아도 기억에는 야근밖에 남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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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인생의 복식부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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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회사의 손익계산서는 꼼꼼히 보면서 내 삶의 손익계산서는 거의 작성하지 않는다.

연봉은 늘었는데 건강이 줄었고, 직급은 올랐는데 친구가 사라졌으며,

성과는 커졌는데 하루의 감정은 메말랐다면 정말 흑자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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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뿐 아니라 즐거움·건강·관계·자부심·추억도 자산으로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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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개인적인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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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인생의 일부이지, 인간의 가치평가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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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후반부가 좋은 이유는 결국 일을 내려놓을 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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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직업을 자기소개로 사용한다.

성과가 좋으면 내가 괜찮은 인간처럼 느껴지고,

일이 잘 안 풀리면 존재 전체가 실패한 것처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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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물은 내가 만든 것이지,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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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산출물로 평가해도 되지만 인간은 사랑하고, 돌보고, 놀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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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업보다 좋은 하루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직업도 결국 좋은 하루들이 반복될 때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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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바로 해볼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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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퇴근 전에 ‘오늘 내가 만든 변화 한 가지’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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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일주일에 한 번 돈뿐 아니라 건강, 관계, 즐거움, 배움, 휴식이 늘었는지 ‘삶의 자산’을 결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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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동료에게 불만이 생겼을 때 성격으로 결론 내리지 말고 “좋은 사람인데 지금 무엇이 꼬였을까?”라고 한 번 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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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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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버크먼의 <4000주>는 유한한 시간을,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은 인간이 일에 깊이 빠져드는 조건을,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노동과 작업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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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 재밌었어>가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이 세 권은 그 질문을 “그러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까지 확장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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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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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사랑하라’는 책으로 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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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5/7를 미워하도록 설계된 일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책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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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매일 재미있을 수는 없다.

책 속의 ‘고통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표현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싶다.

권한이 적은 노동자에게 조직과 구조가 만든 고통까지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하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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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 때문에 이 책을 무조건 찬양하기보다 더 오래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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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일을 즐겁게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회사라면 개인에게 ‘마인드를 바꾸라’고 요구하기 전에

일을 덜 고통스럽게 만드는 구조부터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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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한 일은 나를 소모했는가, 세상에 작은 가치를 하나 더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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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려면 직업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바꾸기 전에 하루를 평가하는 기준부터 바꿔야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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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생은 언젠가 도착하는 거대한 성공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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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 꽤 재밌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평범한 날들이 충분히 쌓여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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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점수 : 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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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조금 더 깊게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부모와의 경험, 특히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가 유한하다는 감각이 있었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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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진짜 주제를 ‘직장생활 잘하는 법’보다

“내 인생의 평일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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