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은 파국이 아니라 삶의 확대경
책 속 이야기들은 좀비, 외계인, 신, 초능력자 등 익숙한 장르적 장치를 빌려옵니다.
그런데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철저히 인간적입니다.
왜 인간은 죽음은 받아들이면서도 불공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은혜를 주고받는 행위조차 사실은 인간 중심적 언어일 뿐 아닌가?
신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가?
저는 특히 “세상은 망했고, 다시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나는 서강대교 북쪽 끝에 있다”는 문장을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종말의 풍경을 이렇게 담담하게 서술하는 힘, 그것이 장강명의 매력이라 느껴졌습니다. 종말은 지겹도록 계속되는 일상의 균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