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까지 다섯 걸음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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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리뷰] 장강명 종말까지 다섯 걸음 – 끝의 상상력, 인간의 민낯

장강명의 소설집 종말까지 다섯 걸음은 제목만으로도 강렬합니다.

‘종말’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와 두려움이 먼저 다가오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끝, 관계의 끝, 믿음의 끝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종말은 파국이 아니라 삶의 확대경

책 속 이야기들은 좀비, 외계인, 신, 초능력자 등 익숙한 장르적 장치를 빌려옵니다.

그런데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철저히 인간적입니다.

왜 인간은 죽음은 받아들이면서도 불공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은혜를 주고받는 행위조차 사실은 인간 중심적 언어일 뿐 아닌가?

신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가?

저는 특히 “세상은 망했고, 다시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나는 서강대교 북쪽 끝에 있다”는 문장을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종말의 풍경을 이렇게 담담하게 서술하는 힘, 그것이 장강명의 매력이라 느껴졌습니다. 종말은 지겹도록 계속되는 일상의 균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상상력의 날카로운 칼끝

이 소설의 백미는 짧은 호흡 속에서도 독자를 흔드는 ‘펀치감’입니다.

외계인과의 이별에서 인간의 배신감이 드러나는

초인 ‘알골’이 등장하며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과 경계심을 그린

좀비가 되어도 희망을 좇는 인간의 기묘한 집착을 담은

이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가 종말 상황에서 얼마나 쉽게 균열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읽다 보면 괴수나 외계인보다 더 두려운 건 바로 인간의 이기심과 무책임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제가 받은 울림

읽는 내내 저는 “종말”이란 결국 거대한 사건이라기보다 개인마다 맞이하는 삶의 균열 순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이 끝날 때, 관계가 무너질 때, 신뢰가 무너질 때… 우리는 각자 작은 종말을 살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순간마다 드러나는 것은 ‘인간다움’이 아니라 차라리 ‘인간의 민낯’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불공정에 분노하고, 배신에 서운해하고 끝내 희망을 놓지 못하는 모습 말입니다. 장강명은 그 불편한 진실을 잔혹하지만 유머러스하게, 차갑지만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저는 이 소설집을 덮고 나서 ‘종말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농담 같은 고백이 어쩌면 진실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종말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더 선명하게 인간을 드러내는 무대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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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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