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되지 않는 사회 - 인류학자, 노동, 그리고 뜨거운 질문들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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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사회에서 노동의 상처를 바라보다

"오늘은 과로해야 하니 내일 죽으렴" – 우리 사회 노동의 초상

한국 사회에서 노동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숨가쁨’입니다.

이 숨가쁨은 단순한 피로의 축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노동자들에게 강요된 생존 방식의 표상입니다.

김관욱 교수의 지불되지 않는 사회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노동자들이 어떻게 신체적·정신적·영혼적으로 병들어가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단순히 현상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노동이 ‘지불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상처와 질병으로 귀결되는지를 깊이 탐구합니다.

노동이 단순히 경제적 활동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도덕과 감정,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노동은 상처다" – 세계적 사례를 통해 본 한국의 현실

영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노동의 문제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영국의 NHS 재정 위기 속에서 나타난 노동 착취의 구조,

일본의 과로사, 미국의 절망사는

모두 자본주의 사회가 노동자를 어떻게 소외시키고 파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상위권의 자살률과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비롯한 구체적 사건들을 언급하며,

노동과 죽음의 상관관계를 예리하게 파헤칩니다.

우리 사회가 노동을 통해 인간성을 상실한

‘도덕이 초기화된 사회’로 전락했다고 비판합니다.

이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에 기반한 집단세뇌와 연결되며,

냉소와 외면이 우리 사회를 점령한 비극적 현실을 보여줍니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 새로운 문제와 과제

디지털 시대의 노동은 플랫폼 경제와

알고리즘에 의해 다시 정의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를 ‘디지털 자본주의 속 노동’이라고 명명하며,

플랫폼 노동자들이 겪는 새로운 형태의 착취와 소외를 분석합니다.

“챗GPT는 필수노동자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은

AI와 자동화가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디지털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연결된 상태에서

분열된 정체성을 경험하며,

그들의 건강은 점점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노동과 인간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공정"의 무게 – 정당한 노동을 위한 조건

지불되지 않는 사회는 공정의 정동 병리학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룹니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사회”라는 에필로그의 메시지는

노동의 본질적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그러나 공정함을 외치는 사회에서도 여전히 상처받고

병드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습니다.

공정은 단순히 규칙의 준수가 아니라,

노동자의 마음과 몸이 병들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해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제안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기보다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에드워드 홀의 시간 개념 – 단일적 시간과 다원적 시간의 교훈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서구적 시간 개념을 선형적 구조로 설명하며,

스케줄 중심의 삶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습니다.

반면,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다원적 시간 개념은 인간관계를 중시하며,

삶의 다른 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노동이 단순히 생산성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노동의 미래 – 희망은 있는가?

지불되지 않는 사회는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를 직시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김관욱 교수는 노동의 가치가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에만 국한되어선 안 된다고 역설하며,

상처 입은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 새로운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은 노동의 본질과 우리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노동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우리가 무감각에 빠지지 않는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노동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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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도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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