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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올까?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70
이반디 지음, 김혜원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이반디 작가의 『누가 올까?』에 「여우 목도리」, 「고양이 수프」,「봄 손님」 세 편의 단편이 담겼다. 모두 인간이 여우, 고양이, 너구리와 따스하게 교감하는 순간을 다룬 이야기다. 인간과 동물의 만남과 그 만남을 통해 일어나는 인간 마음의 변화를 포근하게 그려낸다. 세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일어나는 일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동물이 먼저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인간이 뿌리치지 않고 돕는다. 「여우 목도리」에서는 어린 여우가 의사 곽고야에게 아픈 동생을 치료해달라고 한다. 고야씨는 바쁜 일이 있고 수의사도 아니지만 아픈 여우를 모른 척하지 못한다. 「고양이 수프」에서는 여솜사탕을 든 여자 아이(아라) 앞에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나타난다. 아라는 아기 고양이에게 솜사탕을 나눠준다. 「봄 손님」에서는 할아버지가 하는 국숫집에 배고픈 아기 너구리가 나타난다. 할아버지는 아기 너구리에게 국수를 삶아준다. 고야씨도 아라도 할아버지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동물의 등장에 당황하고, 도울까 말까 잠시 고민한다. 하지만 끝내 모른 척할 수 없어 동물을 돕는다.
둘째, 도움 받은 동물이 인간에게 보답한다. 인간이 동물을 돕는 이야기이기만 하다면 감동이 없다. 세 편의 이야기에서는 여우가, 고양이가, 아기 너구리가 인간에게 보은하려 한다. 자기가 가장 아끼는 것을 내어주거나 외로운 인간의 친구가 되어 준다. 인간의 상처를 품어준다. 자기에게 마음을 내어준 인간에게 똑같이 자기 마음을 돌려주는 동물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진다. 이제 인간이 동물에게, 동물이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품고 아끼는 사이가 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더 이상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이고 가족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우, 고양이, 너구리를 보면서 인간에게 고통 받고, 멸종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인간을 믿는 동물들이 떠올랐다. 이토록 따스하고, 진실한 친구를 인간은 어떻게 대해 왔나. 나는「여우 목도리」의 고야씨처럼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고, 「고양이 수프」의 아라가 했듯이 길고양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재수 없지도 않고, 모두 힘껏 열심히 살고 있던 걸!”하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봄 손님」의 할아버지가 아기 너구리가 떠난 뒤, “오지 말라고 한 건 진심이 아니었어.”라며 중얼거리는 마음이 이해가 됐다.
책 제목 “누가 올까?”를 소리 내어 읽어본다. 어떤 동물이든, 어떤 존재든 환대하겠다는 말로 읽힌다. 가슴에 따스한 기운이 차오른다. 초등 1~4학년 아이들과 읽고 싶다. 저학년에게는 소리 내어 읽어주고, 중학년에게는 소리 내어 읽게 하련다. 아이들이 우리 주변의 소중한 생명과 만나서, 그들과 만나는 순간의 감동을 느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