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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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뜻풀이로 프롤로그를 연다. 미등록 이주아동이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체류자격이 없는 아이들’이다. 우리나라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명 정도라고 한다. 아이들은 분명 한국에 살고 있는데, ‘없는 아이들’이라니 무슨 말일까? 이 책은 아이들의 ‘없음’이 어떤 뜻인지, ‘없음’으로 규정된 아이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다룬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고등학교까지 교육받을 권리는 보장 받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 주민등록번호가 요구되는 모든 활동에서 제외된다. 보험을 들지 못해 수학여행을 못가고, 자원봉사포털 가입이 되지 않고, 본인 명의 핸드폰 개통을 못한다. 아파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더 안타까운 건 고등학교 졸업 후 성인이 되면 언제든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진다는 거다. 아이들은 대학 진학도 취업도 할 수 없고, 한국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도 꿈 꿀 수 없다.
은유 작가는 ‘있지만 없는’ 아이들과 부모를 만났고, 그들의 삶을 증언해줄 변호사와 인권활동가를 만났다. 인터뷰를 정리하고, 그것을 통해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의 원인과 문제를 설득력 있게 내세운다. 아이와 부모의 말을 통해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그려내고, 변호사와 인권활동가의 말을 통해 아이들이 최소한의 행복과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제시한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이 미등록 이주아동에게는 사소한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아이들. 그 아이들이 자기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유령처럼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언제든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암울한 속에서. 이 책을 읽고서야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가까이에 아이들이 있는지 살피게 되었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살뜰히 보듬고 싶어졌다.
책을 다 읽고, 생뚱맞게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가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은유 작가는 우리 사회 소수자를 ‘자세히’ 보게 해주고, ‘오래’ 보게 해준다. 책의 첫 장을 펼칠 때는 미등록 이주아동이란 말조차 낯설고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깊이 들여다보면서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떠올랐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서 아무것도 누릴 수 없는 아이들의 처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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