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대로 이어져온 차별과 가난 아픔에 대해 이렇게 지긋지긋하게 관통하는 소설은 참 오랜만이다 ㅠㅠ. 형식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소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역사와 사건을 뒤바꿔도, 내리는 눈처럼, 다가오는 계절처럼, 마치 순리인 것처럼 그들의 삶은 이다지도 아픈지. 겹겹의 저녁을 읽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참 좋은 책. 진은영 시인이 선정한 시들도 좋지만, 그 시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진은영 시인의 목소리와 톤이 정말 아름다웠다. 시학적으로 심도 깊은 책이 아니라, 아주 부드럽게 힘 주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책.
솔직히 파울 첼란에 대한 이야기나 연구가 한국은 아주 척박하다 ㅠㅠ 그래서 이 책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첼란에 관한 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의 시 세계에 관한 저자의 시각이 상당히 심도 깊고 섬세하다. 유대인과 독일어 사이에서 첼란은 어떤 길 위에 서 있는가. 그의 시를 통상적으로 읽어내는 독법과도 엄청 달라서 매력적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 !!
이영광의 시야 언제나 믿고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맨몸으로 시를 쓰려면 얼마나 힘들까. 또 이런 시인이 한 명쯤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ㅠㅠ 기꺼이 온몸으로 밀어내는 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