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캐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2
정서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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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3-13호 정무혁은 드림캐처이다. 너클을 열 손가락에 쥐고 꿈 악몽자를 위해 생성기 앞의 불리, 서큐버스, 스턱, 리콜렉트 등과 싸우는 드림캐처. 반대로 한태준은 드림체이서이다.
“드림체이서는 악몽을 심는 자들이다. 인간의 마음이 약해진 틈을 타 꿈에 악귀를 심어 악몽을 꾸게 만든다. 드림캐처가 악몽 치료제라면 드림체이서는 바이러스인 셈이다.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해야 그것을 고칠 수 있듯, 드림캐처도 드림체이서 때문에 인간이 악몽으로 고통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다.(p.63)”

99번째 마지막 악몽자 김호진을 위해 무혁은 고등학교로 전학온다. 진은수 등의 무리가 호진을 괴롭히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대부분의 악몽자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면 상태가 호전됐다(p.25)”와 같은 경험으로 소연이와 연결시켜 주려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림체이서 한태준을 만난다.

* 드림캐처라는 악몽을 퇴치하는 역할과 악몽을 심는 드림체이서라는 설정 안에서, 고등학생 아이들의 학폭이 녹아있는 소설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청소년 아이들의 관계가 이분법적으로 보여 슬프기도 하다. 내 편이거나, 적이거나. 이 소설의 악몽자로 나오는 아이들은(호진, 소연) 중학교때 내 편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던 경험을 한 아이들이다. 그래서 악몽을 꾸고, 나를 진심으로 도와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알아보는데 서툴다. 이 서툰 마음들이 판타지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 상처라는 건 어른에게도 힘들다. 무혁의 첫번째
악몽자인 현정을 보면 그렇다. 무혁은 힘들때마다 그녀에게 찾아가곤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찾아오는 무혁이 덕분에 '살아가진다'. 그리고  "진심 을담아 묻는 거야.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냐,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같은 말로."(p.157) 라고 조언해주는 도움을 주는 어른이 되어 간다.

* 개인적으로는 길소연이라는 아이가 인상적이었다. 소연이는 한지훈이라는 보육원 출신의 아이에게 편견없이 잘해주던 아이이다. 하지만 사랑을 받는 데 미숙한 지훈이는 잘못된 방법으로 스토킹을 하게 되고 둘 다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소연이는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아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겪은 사건 때문에 소연은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정을 쌓는 게 두려워졌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죽은 사람처럼 조용히 지냈다.(...) 그렇게 책만 읽으며 일 년을 보냈다. 그 시간은 쓰디썼지만, 다행히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 자양분이 되었다."(pp.207~208) 하지만 이렇게 강한 아이라도 주변에 드림체이서같은 친구들이 있다면 버텨내지 못한다. 이 점이 공감가면서도 안타까웠고, 이런 부분은 선생님인 직업을 가진 작가만이 포착해낼 수 있겠다, 싶었다.

* 나의 학창시절도 생각해본다. 질투심이 남다른 친구들은 있었던 것 같지만 악의가 느껴지는 친구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요새 아이들보다 행복한 세대의 학생이었음을 느낀다. 점점 심해지는 경쟁에 내 몰린 아이들이, 밸런스 게임이 인기이듯 선택의 폭이 두 가지만 존재하는 줄로만 아는 아이들의 삶이 힘겹다. 이 힘겨움이 질투를 넘어 악의를 만들어내는 자양분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이렇게 내몰린 아이들 곁에서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내새끼 지상주의'라는 단어를 쓴김훈 작가의 칼럼이 떠오른다. 나 역시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이책에서 호진이가 은수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못알아보고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지나가는 어른 말고, 아들을 잃고도 무혁이를 돕는 현정 정도의 어른이 되고 싶다.


* 이런 책은 드림체이서같은 아이들은 절대 읽지 않을 것이다. 아마 악몽자 아이들도 책이 읽힐 상황은 아닐 것 같고 이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드림캐처라면 가능하다. "그래. 나도 무서워 호진아, 나는 진은수가 괴롭히는 것보다 네가 나를 모른 척하는 게 더 무서워."(P.216) 악몽자 아이들이 무서워한 건 가해자 아이들이 가하는 물리적인 폭력보다 자신의 아픔을 못본 척 지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상대적인 외로움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드림캐처' 아닐까 생각해보며.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할 드림캐처이지 않을까?

* 최고형벌이 영생의 인간으로의 삶이라는 부분에서 뜨엇! 했다. 일생의 인간 형벌을 받은 무혁이는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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